[사설]‘이건희 컬렉션’ 특수, 울산 문화토양 점검 계기로

2023-02-20     경상일보

지난 주말 울산시립미술관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16일부터 ‘이건희 컬렉션’ 울산전시회가 시작된 때문이다. 서울은 물론 인근 부산·대구에서도 이미 개최됐던 전시회임에도 관람객이 줄을 섰다. 하루 2000여명이 찾아 작품감상이 불편하다고 할 정도다. 인터넷 예매도 사전 마감이 속출하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에 울산시민은 물론이고 외지 관람객들까지 찾아오는 것은 지난해 1월 개관전 이후 처음이다. 이건희 컬렉션 특수(特需)다.

‘이건희 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 안목’이 정식 전시명인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 컬렉션 지역 순회전의 일환이다. 이상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이응노 등 40여명 작가의 작품 100여점이 전시됐다. 193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80여년 동안 한국미술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탄생, 성장, 정착,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 뿐 아니라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내외 저명 개인 컬렉션까지 두루 엄선했다.

이건희컬렉션은 울산시립미술관의 미래와 울산 문화토양을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다. 디지털미술을 지향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은 지난 1년간 볼 수 없었던 회화·조각품으로 관람객을 불러 모으는 이건희컬렉션과 함께 1전시실에서는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전 ‘미래 수집’, 해외 무빙이미지 컬렉션전 ‘예술 유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건희컬렉션을 보러온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다른 어느 미술관에서도 보기 어려운 디지털미술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울산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이 같은 전략이 얼마나 주효할지 지켜볼 일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자리한 원도심은 이건희컬렉션 특수가 쏠쏠하다.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원도심 상가로 흘러들어가 식사와 차를 즐기고 있다. 이번 전시회 특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지는 물론이고 향후 미술관 전시를 상권활성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모처럼의 특수에 나름 준비를 했으나 장기적 영향력을 기대하려면 더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주차 서비스 향상은 물론이고 특별한 메뉴와 이벤트로 울산만의 매력도 창출해야 한다. 전시회는 오는 5월21일까지 계속된다. 짧은 특수에 그치지 않도록 서둘러 울산 문화의 토양을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