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산로 주유소 부지에 문화광장 조성 바람직하다

2023-02-22     경상일보

울산시 남구 남산과 태화강 사이에는 남산로가 있다. 왕복 4차선 도로다. 오래된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어 4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는 길이다. 걷고 싶은 길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걸을 만한 환경이 아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데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도 남산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경사가 급하게 솟아 있다. 안타깝게도 태화강 쪽으론 5개의 주유소·충전소가 가로 막고 있다. 여러 가지 기능이 접촉되는 결절점(node)도 아니어서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기도 쉽지 않다. 2017년 150억원을 들여 크로바아파트 옆 남산 아래쪽에 있던 동굴을 활용해 문화시설 ‘동굴피아’를 조성했으나 별무소용(別無所用)이다.

울산시가 21일 ‘남산로 문화광장 조성 실시설계 및 실시계획 인가 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5개 주유소와 충전소 등 사유지 9744㎡를 매입하고 국공유지 1만1186㎡를 포함한 총 2만930㎡ 부지를 광장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부지는 현재 자연녹지다. 도시계획상 광장 용도로 변경해서 최대한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도심 속 친수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이 부지 활용계획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초 울산시는 ‘태화강국가정원 공간적 범위 확대와 관광명소화사업’을 한다면서 태화강과 남산을 연결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십수년 전부터 수시로 거론돼온 전망대·케이블카 설치 역시 이 계획안에 들어 있다. 주유소·충전소 부지는 식물원과 정원지원센터 건립지로 지목됐다. 부지 매입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도시계획 수립 용역 공고까지 했으나 대선과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유야무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다시 주유소와 충전소 부지를 식물원과 정원지원센터가 아니라 문화광장으로 바꾼 것은 잘한 일이다. 전망·도로사정·주차 등을 감안하면 특정 시설물을 짓는 것보다는 툭 트인 광장이 활용도가 더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산로가 차량 통행량이 워낙 많은데다 주거지와 동떨어져 있어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통행로라는 점은 달라지기 어렵다. 도로를 건너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동굴피아나 남산과의 연계도 쉽지 않다. 높은 옹벽 위에 자리하고 있어 태화강으로부터 접근성을 확보하기에도 애로가 많다.

이래저래 다중이용시설로 활용하기에는 애매한 장소이긴 하지만 일단 주유소·충전소를 없앤 다음 최소한의 정비로 광장으로 만들어놓고 사람들의 동선을 확인해가면서 적절한 용도를 찾아가면 될 일이다. 누구나 쉽게 태화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생기는 것만 해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