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짜리 공사 전국 입찰 고집, 울산해수청 결국 백기 들었다
2023-02-22 석현주 기자
21일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정자항 정비사업 전기공사(인도교 경관조명 설치) 전자입찰 취소 공고’를 냈다. 앞서 15일 해수청은 전국 전기공사업체를 대상으로 입찰 공고문을 올렸는데 지역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자, 결국 취소한 것이다.
해당 공사는 정자항 내 인도교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공사로, 총 공사액은 5억원, 자재비를 제외한 순수 공사비는 2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보통 10억원 이하의 관급공사는 지역 제한 경쟁 입찰로 진행된다. 공사 소재지가 울산에 있다면, 울산지역 내 면허를 소지한 업체가 입찰 참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남지방조달청,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군산지방해양수산청 등 타지역 산하기관에서 발주한 전기공사 59건 가운데 57건이 지역제한 입찰로 진행됐다. ‘전기차 충전소’ 등 특수공사 2건을 제외하면 모두 각 지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이 진행됐다.
때문에 울산 소재 업체들은 타지역 공사 입찰 참여가 힘든 상황인데, 울산에서 발주한 공사까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현재 울산에는 400여 개의 전기공사업체가 등록돼 있는데, 전국으로 넓히면 2만여 개의 전기공사업체가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한국전기공사협회 울산시회는 유선 및 공문으로 수차례 정정공고 건의를 했지만, 울산해수청은 기존 공고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결국 이날 한국전기공사협회 울산시회는 ‘지역 상생 외면하는 울산지방해양수산청 각성 요구 성명서’를 내고 울산해수청에 기존 공고 철회와 지역 상생을 위한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지역 전기공사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날 오후 울산해수청, 울산시 관계자 등이 모여 긴급 회의를 가졌고 결국 공고를 취소하기로 했다. 공고 취소 사유는 ‘입찰참가자격 수정’이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전국 단위 입찰을 진행한 것은 더욱 경쟁력있는 업체에 공사를 맡기기 위해서였다. 조만간 입찰참가자격을 수정해 재공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