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사치한다고?

2023-02-23     경상일보

자동차는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해서 잘 때까지 가장 많이 보는 사물 중 하나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약 2500만대를 돌파했고 이 중 승용차는 약 2100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2명당 1대 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하철이 없는 유일한 광역시인 울산은 인구 1.9명당 1대꼴로 자차 이용률과 가구별 자동차 보유대수가 높은 도시이다.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차량 가격에는 개별소비세, 개별소비세의 30%로 과세되는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개별소비세는 특정한 물품, 특정한 장소의 입장행위, 특정한 장소에서의 유흥음식행위 등에 대해 부과하는 국세다. 이는 사치성이 높은 소비를 억제하고 10%의 균등한 부가가치세율로 인한 소비세의 소득 계층별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의 조세이다.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는 1000㏄ 초과 승용자동차와 이륜자동차, 캠핑용자동차, 전기승용자동차가 포함되어 있다.

개별소비세의 전신인 특별소득세가 도입된 1977년만 해도 자동차 자체가 매우 귀했고 승용자동차의 보유만으로도 부의 척도가 되는 시절이었기에 자동차는 사치재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의 자동차는 누구나 이용하는 생활필수품이다. 특히 대중교통체계가 발달하지 않은 지방일수록 자동차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개별소비세의 과세대상 중엔 냉장고, 세탁기, 커피, 사탕 등도 포함되어 있던 적이 있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약 22년동안 사치품 리스트에 있었던 이들 제품이 개별소비세 부과대상에서 빠진 것은 24년 전인 1999년이다. 자동차 역시도 개별소비세의 취지를 미루어보면 과세대상에서 배제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시대가 흐르고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변화하는 만큼 그에 따른 법률의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

현재 개별소비세법에서 자동차의 세율은 물품가격의 5%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발 금융위기, 메르스, 코로나19 등 경기위축이 우려될 때마다 개별소비세율을 인하해왔고 최근 2022년 12월31일 종료 예정이었던 개별소비세 30% 감면 조치 역시 올해 6월30일까지 연장됐다. 예측불가능한 개별소비세 인하는 국민들의 조세 정책 신뢰성을 무너뜨릴 여지가 있다. 또한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개별소비세의 인하조치는 자동차가 사치재 성격의 물품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자인하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서 국민들에게 사치재의 소비를 장려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동차의 개별소비세를 인하를 연장해가면서도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차량 대수의 지나친 증가를 막고 환경파괴와 교통정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기에도 의문이 생긴다. 개별소비세의 잦은 인하는 국민들로 하여금 인하의 혜택을 받기 위해 더욱 빠른 주기로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 결국 자동차 개별소비세 유지는 보장된 많은 세수입을 정부가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볼 수 밖엔 없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2020년 8427억원, 2021년 9308억원으로 결코 적지 않다.

자동차의 개별소비세를 전면 폐지하지 않더라도 사치재 성격의 자동차에만 부과되도록 과세대상을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배기량 승용자동차나 스포츠카 등에는 더욱 높은 개소세율을 부과하고 일반적인 저배기량 승용자동차나 전기차 등의 친환경적인 승용자동차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한다면 세수도 챙기면서 조세 취지에도 부합할 수 있다.

변화는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낡은 제도와 법률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 국민들의 합당한 사회적 동의가 없는 조세제도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비협조를 만든다.

김준모 김준모세무회계사무소 대표세무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