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유해화학물질 과세, 필요성과 넘어야 할 산은?

2023-02-23     이춘봉
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과 전남이 석유류 및 유해화학물질 시설의 과세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22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시와 전남은 국가산단으로 인해 유발되는 지역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자원시설세 과세 범위 확대와 국세의 지역 환원 등에 협력하기로 했는데,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전략적인 대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 지자체는 국가산단에서 취급하는 석유정제·저장 시설과 유해화학물질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유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력·화력·원자력 발전 등은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을 감안해 각 발전사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반면, 석유류 정제·저장시설, 천연가스 제조시설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두 지자체는 김태흠·김회재 국회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태흠 의원은 석유류 정제·저장시설과 천연가스 제조시설 등에 지역자원시설세를 과세하는 방안, 김회재 의원은 유해화학물질 취급 주체에 지역자원시설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세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는 두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긍정과 부정적인 입장을 동시에 표명하고 있다.

우선 행안부는 김태흠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석유류 정제·저장시설 및 천연가스 제조시설의 사업자는 정제 및 제조에 따라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반면 환경 오염이나 안전사고 우려 등에 따라 인근 지역 주민에게 부정적 외부 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석유류 및 천연가스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함으로써 수익자 부담 원칙을 실현하는 한편, 세금으로 외부 효과를 개선하는 외부 효과의 내부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석유류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신설과 관련해서는 석유정제·저장시설이 부정적 외부 효과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문제,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과의 중복 문제, 저장시설 중 정부 관리 자원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의 적정성 문제, 납세 의무자의 부담 초래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천연가스 지역자원시설세 부과와 관련해서도 천연가스 인수 기지의 환경 및 안전 문제, 안전 관리 부담금 및 주변 지역 지원금 제도와의 중복 문제, 가스요금 인상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김회재 의원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자 과세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표명했다.

과세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유해화학물질은 이미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규제 중이고, 부정적 외부 효과를 유발한다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며, 환경오염 방지 등 관련 부담금도 이미 납부하는 등 반론이 제기된다고 파악했다.

지방세법 개정 과정의 가장 큰 벽은 과세의 주체가 될 관련 업계일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류 정제·저장시설의 경우 현재 휘발유 및 이와 유사한 대체 유류는 ℓ당 475원, 경유 및 이와 유사한 대체 유류는 ℓ당 340원의 세율이 책정돼 있다. 여기에 지역자원시설세를 추가할 경우 업계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과세 역시 업계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과세 비용 추계서에서는 취급량 1㎏당 1원을 과세할 때 세수가 429억원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지자체만의 힘으로는 지역자원시설세 확대 부과가 쉽지 만큼 행안부 설득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물론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정치권과의 협조도 필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