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지금도 헌혈하기 위해 등산으로 몸관리”

2023-02-23     신동섭 기자
“헌혈로 중상환자 기준 최소 20명 이상을 살렸습니다.”

울산 북구가 지난 2017년도에 제작한 기네스북에 529회 헌혈로 울산 전체 헌혈왕이자 경남·경북까지 포함해 최다 헌혈자로 이름을 올린 허명(68·북구 염포동)씨는 현재도 매달 헌혈에 열심이다. 허씨는 지금까지 655회 헌혈로 32만4080㏄를 헌혈했다. 교통사고 등 중상환자 수술 시 혈액이 20팩 정도 필요한 것을 생각하면 20명 이상의 수술에 기여한 것이다.

허씨는 주기적으로 성분헌혈(체내에서 채혈한 혈액 중 혈장성분만을 추출하는 헌혈)을 한 결과 피부가 굳고 예민해져서 바늘 찌르는 고통이 심해지는 걸 넘어 바늘이 잘 안 들어갈 정도로 피부가 굳었지만 헌혈을 지속하고 있다.

목포에서 태어난 허씨는 포니2가 생산을 시작하던 시절에 28세의 나이로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19세부터 헌혈을 시작해 매달 한차례 헌혈로 지난 2003년 200회 헌혈을 기록했다. 이어 2011년 400회 헌혈로 지역사회와 전국에 헌혈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헌혈이 529회까지 늘어난 2017년에는 북구가 제작한 기네스북(본보 2017년 8월1일 3면)에 이름을 올렸다. 허씨는 이러한 봉사로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초청되기도 했다. 현재 655회의 헌혈을 한 허씨는 전국에서 7번째로 헌혈을 많이 한 사람이며 경상도 전체 헌혈왕이다.

허씨가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60년대 수술에 필요한 피를 돈을 받고 팔려던 헌혈자가 피가 너무 많이 뽑혀 죽었다는 뉴스에 충격을 받아서다. 그는 이후 헌혈자를 구할 때마다 헌혈로 사람들을 도왔다.

그는 “첨단 의학을 달리는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인공혈액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한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헌혈을 해왔다”고 소회했다.

헌혈을 위해 평생 술, 담배를 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관리에 힘써온 허씨는 이제는 나이와 건강 때문에 헌혈을 자주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난달 헌혈을 하려고 검사해 보니 빈혈증세가 나와서 헌혈을 하지 못했다”며 “헌혈을 할 수 없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한사람이라도 더 도우려고 산을 타면서 건강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된 헌혈로 육체가 지치거나 마음이 꺾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씨는 “거지근성을 버려야 한다”며 “자기가 어려울 때만 주위에 손 벌리지 말고 평소 건강을 지키고 남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내가 힘들 때 남도 날 도와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헌혈을 할 수 없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타인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동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