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못배운 恨 노년에 풀었어요”

2023-02-23     차형석 기자
“큰 딸 노릇에 접어야 했던 공부에 대한 한을 78년만에 풀었습니다.”

울산시민학교(교장 김동영)가 22일 중구 반구동 다움호텔에서 개최한 성인 초등·중학 학력인정학급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은 김재선(여·87)씨는 “어릴 때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학교였으나 동생들 키우고 살림하는 큰 딸 노릇에 접어야 했던 한을 78년만에 풀었다”고 감격해 했다.

고주용(75)씨도 “중학교를 못나온 한을 이제야 풀었다”며 “3월부터는 시민학교 고졸검정고시반에서 공부를 해서 대학교를 가고 싶은 꿈을 갖게 되었다. 죽기 전에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초등 3년제 과정 제6회 17명과 중학교 1년제 과정 제3회 71명 등 총 88명이 졸업을 해, 최성부 울산시교육감 권한대행으로부터 학력인정서를 수여받았다.

졸업생들은 1960·1970년대 산업전선에서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또 여자라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진학을 못했던 이들이다. 나이가 적으면 50세부터 많으면 70세가 넘어서 정규 졸업장이 수여되는 만학의 꿈을 이뤘다.

올해 졸업자중에서는 문미순(64)·신성자(65)·공순임(68)씨가 교육감상을 받았다.

졸업생들은 울산시민학교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준비반에 1년간 수학하거나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다.

한편 울산동부도서관(관장 한미화)과 남부도서관(관장 김현미)도 이날 제3회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인 ‘한글사랑학교’ ‘글샘행복학교’ 졸업식을 각각 열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