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답례금 금지, 혼주-예식장 입장 상반
2023-02-27 신동섭 기자
울산예식장협회에 속한 8개 예식장에서는 올해 1월1일부터 답례금봉투 배부를 사실상 금지함에 따라 혼주들은 식권만 배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들 예식장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식권 환불 및 답례봉투 도난 등의 문제 방지와 예식문화 개선을 위해 2023년 1월1일부터 답례금 배부를 못하게 된다는 입간판이 세우고(본보 2022년 8월1일 7면) 계도·홍보를 해왔다.
답례품으로 대신할 수는 있으나 이럴 경우에도 식권을 받아서 예식장측으로부터 교환을 해서 사용해야 한다. 예식장측은 여러 장의 식권으로 바꿀 수 있는 비싼 답례품도 준비해놓고 있다. 신종코로나 사태 등을 겪으면서 건물 임대비 등의 고정 지출로 어려움을 겪는 예식장들이 주 수입원인 식사비로 수익의 일부나마 보전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하지만 혼주 입장에선 남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현금과는 달리 식권을 사전에 많이 구매해야 해 금전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달 초 자녀 결혼식을 치른 A(61·남구)씨는 “답례금을 준비했다가 결혼식 하루 전에서야 예식장 측으로부터 답례금 봉투를 배부할 수 없다고 해서 법적으로 금지됐냐 물어보니 강제성은 없다고 하면서도 이 예식장에서는 안 된다”면서 “그래도 답례금 배부를 하면 기본 보장 옵션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답례금 배부 금지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사실상 식권 장사를 위한 문화 말살’, ‘답례품 주는 것보다 훨씬 좋은 문화인데…’, ‘뷔페가 맛이 없으니 성의를 보이는 건데…’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울산 예식업 관계자는 26일 “답례금 봉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지, 예식장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며 “공감대가 형성되면 천천히 답례금 지양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축의금을 내는 축하객 가운데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 1만원 가량의 답례금을 봉투에 넣어 주는 것은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수십년 전부터 행해져온 예식문화다.
(사)한국예식업중앙회는 “원칙적으로 지역 예식문화에 대해서 사업자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예식장을 대여하는 이들이 식사가 필요 없다고 하면 사업자가 대관료를 정상적으로 받으면 된다. 요즘엔 예식 장소만 대여해 주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예식문화이므로 예식장의 영업행위에 대해 시가 관여할 수 없다”며 “울산예식장협회도 임의단체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