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동차 메카 울산, 미래차 대비 속수무책

2023-02-28     경상일보

울산이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고 불리고 있으나 사실은 미래차 시대에 준비가 안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상공회의소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27일 지역 그린모빌리티 관련업체 1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그린모빌리티 관련업체 10개 중 4개 이상이 미래친환경차 산업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지역 자동차 부품사들이 세계적인 대변혁의 시대를 눈앞에 보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있는 것은 우선 자금이 부족하고 자체 연구개발 능력 및 기술인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울산시는 부품사 자체적으로는 미래차 전환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지역 부품업체들에 자금과 기술력 등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부품사 자체적으로는 적극적인 기술 확보와 고객사 다변화, 경영혁신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울산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업체 가운데 43.0%는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21.0%에 그쳤다. 또 ‘미래형 자동차 관련 제품 개발 생산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77.0%가 미래차 관련 제품을 생산하지 않았고, 생산 중인 기업은 16.0%, 제품을 개발중인 기업은 7.0%에 불과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알려진 울산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세계는 그린모빌리티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울산은 아직 기본적인 준비조차 돼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특히 45.0%가 ‘자체 연구개발 능력이 미흡하거나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것은 울산지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지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울산지역 내 522개 자동차 부품 관련기업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차 전장 부품 기업은 11.5%에 불과한 상태다. 미래차 전장 부품에 대한 특화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울산지역 그린모빌리티 관련 업체 대부분이 발주처의 주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는 협력사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선제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울산의 자동차 산업을 이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차 부품 1종을 양산하는 데만 최장 5년이 걸리고, 평균 3억14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정부와 울산시는 더 늦기 전에 하루 빨리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