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문화말살인가

2023-02-28     신동섭 기자

올해부터 울산지역 대다수 예식장에선 답례금 봉투 배부가 사실상 금지됐다. 지난해 8월부터 울산예식장협회에 속한 8개 예식장에서 답례금 금지를 홍보해 오다 올해부터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인식 개선 차원으로 답례봉투 ‘자제’를 위한 계도와 홍보로 진행한다고 했지만, 현재 소수의 예식장들을 제외하면 답례금 봉투 배부 시 기본 보장 옵션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말과 해당 예식장에서는 금지됐다는 안내만을 할 뿐이다.

언제부터 자율과 권고라는 단어가 강요라는 단어와 동음이의어가 된 지 모르겠다.

답례금 봉투 배부는 수십년 전부터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 지방에서 결혼식날 식사를 하지 못하고 가는 하객들을 위해 혼주 측에서 감사의 의미로 1만~2만원의 현금을 봉투에 넣어 주던 예식문화다.

하지만 답례금 봉투 배부가 금지됨으로써 예비 신랑신부 및 양가 혼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답례금 대신 무조건 식권을 배부해야 하는데다 대안인 답례품도 식권을 통해서만 맞교환이 가능하다. 또 하객 입장에선 불필요한 물품을 받아야 하는 불편도 존재한다. 혼주 측은 답례금 봉투보다 더 비싼 답례품을 준비하게 돼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취재 때 만난 신랑신부와 혼주들은 모두 다 “식대가 너무 비싸 축의금으로 결혼한다는 건 옛말” “식대에 갈음할 만큼의 답례품 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울산의 예식장이 적은 편이라 신랑신부 선택의 폭이 협소” 등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답례금 봉투는 꼭 되돌려야, 부활시켜야 하는 문화”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답례금 봉투 금지에 대해 ‘사실상 식권 장사를 위한 문화 말살’ ‘답례품 주는 것보다 훨씬 좋은 문화인데’ ‘뷔페가 맛이 없으니 성의를 보이는 건데…’라는 부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예식장들의 입장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답례금 봉투로 인한 각종 문제,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격히 줄어든 결혼과 수익, 증가한 비용들로 최대한 수익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한정된 지역 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예식장이 마련한 선택지뿐이다.

수도권 예식장들은 예식장 수익의 90%를 식사 부분에서 얻는다고 인정하면서도 예식장을 대여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식사를 하지 않으면 대관료를 인상해서 받는 등 다른 대안도 제시한다.

울산지역 예식장들도 일종의 담합을 통한 수익 보전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으면 한다. 불만 쌓인 고객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결국 누가 손해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신동섭 사회부 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