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원하청 조선업 상생 나서

2023-02-28     이춘봉

조선업 원청들이 하청에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고, 에스크로 결제 제도 도입을 통해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을 예방하기로 했다. 법적 강제나 재정 투입만으로는 고용·임금 격차가 현격한 원·하청 이중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는 만큼 상호 신뢰 아래 상생의 길을 걷는다는 전략이다.

울산시와 고용노동부는 27일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김두겸 시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권명호 국회의원, 조선업 원·하청사 10개사 대표, (사)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 전문가 등 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업의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상생 협약은 지난해 10월17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격차 해소 및 구조 개선 대책의 일환이다.

정부와 지자체, 조선업 원·하청 등은 법적인 강제나 재정 투입만으로는 조선업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상생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조선업 원·하청 5개사와 전문가, 조선협회, 관계부처, 시 등 지자체가 참여하는 조선업 상생협의체가 발족됐고, 최근까지 현장 방문과 협약안 마련을 위한 실무 논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조선업의 원·하청 협업 체제가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협력업체의 발전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총 8장 27개의 실천과제로 구성된 협약을 체결했다.

우선 원청은 하청의 생산성 향상 노력에 상응해 인건비와 시수 등 적정 기성금을 반영·지급해 보상 수준의 격차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공정 임금을 실현하기 위해 숙련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에 노력하고, 용접 등 특정 공정에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임금 체계 개편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병행한다.

원청은 하청업체 종사자의 임금 체불 등을 예방하기 위해 에스크로 결제 시스템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임금 체불 이력이 있는 하청은 에스크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다른 업체도 에스크로 시스템 도입에 협력해 단계적·전사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원·하청은 상시적인 업무에 재하도급(물량팀) 사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재하도급을 프로젝트 협력사 등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조선업 불황 이후 일부 하청이 겪고 있는 4대 보험 체납 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담았다. 하청의 보험료 성실 납부를 전제로, 원청은 하청의 보험료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정부는 연체금의 면제, 체납 처분 유예 등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조선업의 최대 현안인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직영 생산직을 조선사별 상황에 맞춰 일정 규모 이상 유지·확대하도록 했다. 하청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내협력사 장기 근무자의 직영 채용, 지역 인재 채용 등 조선사별 상황에 맞춘 다양한 경로를 열어두기로 했다.

김두겸 시장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상생 협약이 조선업 원·하청 근로자 모두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의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전문가가 개선 사항을 발굴하면 원·하청이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하고, 정부가 이행·실천을 지원하는 원·하청 상생 협력 모델이 조선업을 시작으로 다른 업종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부는 원·하청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연대 모델 확산을 위해 상생임금위원회에 업종별 상생협의체를 두고, 실태 조사를 통해 이중구조 해소가 시급한 업종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