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성향 경쟁으로 굳어가는 울산교육감 보궐 선거

2023-03-02     경상일보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의 판세가 출렁했다. 보수와 진보 후보가 각각 2명씩 4명이 경쟁하다가 보수 후보 1명이 자진 사퇴하면서 후보가 3명으로 줄었다. 보수성향이던 이성걸 전 교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지난 28일 전격 사퇴했다. 이로써 보수성향의 후보는 김주홍 울산대 명예교수 1명이 남았다. 진보성향 후보는 구광렬 울산대 명예교수, 천창수 전 교사 등 2명이다. 일단 숫적으로는 보수가 유리해졌다. 하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천창수 후보의 지지율이 보수 후보 2명을 합한 것보다 더 높게 나왔다. 보수후보 단일화의 영향력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진보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지도 관전 포인트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다. 그럼에도 선거판세는 보수와 진보로 나눠지기 일쑤다. 노옥희 전 교육감의 유고로 치러지는 이번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너무나 선명하다. 중도를 표방하거나 외연확장을 꾀하는 후보는 아예 없다. 이미 유권자들의 이념적 대립각이 선명하므로 중도를 표방해선 표를 얻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앞으로도 정치적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은 교육감 후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현장에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적 논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당 공천을 없앤 이유는 이미 무색해졌다.

이번 울산교육감 보궐선거는 특히 정치적 성향이 투표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주홍 후보는 이미 지난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강한 보수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전교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노옥희 전 교육감의 남편인 천창수 후보는 진보 진영의 강력한 추대로 교육감 후보가 됐다. 구광렬 후보는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며 진보후보 단일화를 강렬하게 요구하고 있다. 진보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말할 것도 없고, 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관건인 선거가 될 것은 자명하다. 교육의 비이념화나 비정치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감 후보들에게 당부한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자기편을 끌어 모으는 선거가 되지 않도록 해주기를. 얄팍한 공짜 제안 말고 울산 교육을 위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하는 정책선거를 해주기를. 정치적 성향이 없는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후보가 되기를. 투표율을 좌우하는 다수 유권자들의 바람은 바로 정치선거가 아닌 정책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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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의뢰자 : 울산MBC
- 선거여론조사기관 :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 조사일시 : 23. 2. 21.~22.
※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