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이탈표’ 민주당 내홍 장기화 조짐

2023-03-02     김두수 기자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데 따른 더불어민주당 내홍의 여파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비이재명)계에 불만을 표출하는 분위기고, 비명계에서는 강성파를 중심으로 이 대표 퇴진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기 분위기가 감지된다.

1일 야권 등에 따르면 ‘무더기 이탈표’ 사태는 이른바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기류다.

특히 친명계에선 30여명이 던진 반란표(찬성·무효·기권)는 이 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기획 투표’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탈자들은 체포동의안을 갖고 이 대표를 겁박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을 게 확실하니 이 대표를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근 의원총회에서 비명계 설훈 의원이 “압도적 부결”을 강조했음에도 다수 이탈표가 나온 것을 두고는 ‘계획된 뒤통수 때리기’(친명계 일각)라는 비난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 조차도 “부결을 주장했던 비명계 의원들이 일종의 ‘트릭’(속임수)을 한 것이다.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정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2차 체포안’ 송부 시 부결을 더는 장담할 수 없다며 아예 당론으로 표결에 임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소위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 44명을 적시한 ‘낙선 명단’을 작성해 인터넷 공간에 실어 날랐다.

이들은 “여러분이 한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의원들의 이름과 사진, 지역구, 선수, 전화번호까지 공개했다.

해당 의원들이 바로 ‘부결 대오’ 이탈자라는 주장으로, 이 명단은 이른바 ‘문자폭탄 좌표’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신영대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슨 이유로 제가 그 명단에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자 테러가 다시 시작된다. 이러면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됩니까. 특정 의원들을 마녀사냥하는 구태는 사라졌으면 한다”고 적었다.

비명계에선 전날 표결 결과로 사실상 이 대표의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렸다며 대표직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비명계 한 재선 의원은 “일단 당이 한번은 막아주지만 이젠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알려준 투표였다.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도 지도부에서 누구 하나 물러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 의원도 “‘다시 체포동의안이 온다면 가결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제 물러나서 당과 분리돼야 한다’라는 경고장이다. 중도층을 끌어안을 새 리더십이 빨리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은 백전백패”라고 했다.

비명계 내에서도 당초 ‘부결 여론’이 압도적이었으나 표결 직전 뒤집혔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내 한 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두루 만나서는 자신의 거취 얘기는 커녕 ‘나를 중심으로 단결하면 총선을 이긴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그때 다수가 돌아선 것으로 안다. 체포안이 다음에 또 오면 이탈표는 100표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울산출신 이상헌(북)의원을 비롯해 원외 조직위원장들은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여론을 점검하는 동시에 내년 4월총선 준비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