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땅’에 매몰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2023-03-03     경상일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울산땅’이 연일 화제다. ‘울산땅’의 주인인 김기현(울산 남을) 당대표 후보는 2일 급기야 자신의 울산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안철수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여당 전대가 끊임없는 의혹제기만으로 유력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시도에다 유례가 없는 여당 대표 후보들에 대한 수사의뢰까지,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함구하고 있던 김두겸 울산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KTX울산역 추진 경과와 도로 노선 결정 과정 등을 설명했다. 김 시장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아 인터뷰를 거절해왔으나 김 의원이 수사의뢰를 한만큼 사법당국이 시에 자료를 요청할 것이므로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를 밝혔다. 김 시장으로선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을 자처한 셈이다. 김기현 후보의 지역구가 울산이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문제가 된 울산땅이 울산시정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울산시로서는 더 이상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하다.

김 시장의 설명에 따르면 김 의원이 땅을 구입한 것은 KTX울산역의 설치가 확정된 2004년보다 6년이나 앞선 1998년이고, 2008년 계획된 삼동~KTX울산역 연결 도로의 최종안이 확정된 것은 민주당 소속인 송철호 시장 시절이다. 김 의원이 문제의 ‘울산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아직은 도로의 실시설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예정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울산땅’의 지하로 터널이 연결되고 주변 연결도로 개설 계획이 없으므로 급속한 가치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김 의원의 땅이 선거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하등의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울산땅의 유명세’는 이번 당대표 선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이 정치활동을 계속하는 한 ‘울산땅’에 대한 의혹제기는 수시로 되살아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울산땅’이 당의 미래나 국가적 비전에 대한 경쟁을 모조리 삼켜버린 블랙홀이 됐듯이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선거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여부를 떠나 ‘울산땅’이 정치를 후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종지부를 찍으려면 아무래도 김 의원이 직접 울산땅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