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길거리 현수막 게시, 아예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

2023-03-06     경상일보

울산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정부에 ‘옥외광고물 관리와 옥외 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도를 넘은 길거리 현수막의 난립을 막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에서 현수막의 규격과 수량, 위치 등 정당 현수막 세부 기준 마련을 행안부에 건의하겠다고 한다. 울산 뿐만 아니라 서울 등 전국 자치단체들도 잇달아 대책을 세우고 있다. 자치단체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회가 스스로 하루빨리 법률개정에 나서야 한다.

예전부터 정치인들에게만 유난히 관대했던 현수막 게시는 올 들어 ‘옥외광고물 관리와 옥외 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되면서 관대함을 넘어 난립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개정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홍보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허가·신고·금지·제한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위치나 비용의 제한도 없다. 다만 하나의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기한이 15일 이내로 돼 있는데 이마저도 내용이 바꾸어 다른 현수막을 내걸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로 인해 현역 국회·지방의원은 물론이고 여야 정당인들이 무한대로 현수막을 내걸면서 도시 곳곳이 선거기간을 방불케 할 만큼 현수막 홍수를 이루고 있다. 내용도 홍보 보다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험악한 문장들이어서 국민정서를 해친다. 반면 자영업자와 같은 일반인들은 여전히 관할 구청의 지침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지정게시대만 이용할 수 있다.

길거리 현수막은 ‘깨진 유리창’ 원칙이 적용되는 대표적 사례다. 정치현수막의 목적은 대부분이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대방도 현수막을 내걸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분양하거나 물건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마구잡이로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이래저래 현수막은 난무할 수밖에 없고, 지자체의 단속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사거리와 횡단보도 등은 이미 깨진 유리창 효과로 인해 ‘현수막 천국’이 돼버렸다.

이제와서 단체장들이 나서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봐야 소용없다. 대개는 정치인의 현수막이 합법적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지만, 설령 안다고 해도 정치인은 되고 먹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일반 시민은 안 된다는 사실을 고이 받아들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아예 어떠한 현수막도 내걸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이미 깨진 유리창 역할을 해온 지정게시대마저 없애야 할 때다. 지정게시대의 현수막도 결코 도시미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로 위에 설치한 게시대를 돈을 내고 장기 점유하는 특혜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선진 문화·관광도시의 거리에서는 문화예술행사 홍보 배너 외엔 어떠한 현수막도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