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골학교 ‘소호분교’ 100년 역사 자축
2023-03-06 차형석 기자
이날 오전에 찾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상북초등학교 소호분교. 작은 운동장에 우뚝 서 있는 수령 400여년의 느티나무 노거수가 먼저 눈에 띠었다. 노거수 뒤로 1층과 2층짜리 야트막한 두 동의 학교 건물이 있고, 건물 뒤로 영남알프스의 산군 중 하나인 백운산이 학교를 감싸고 있었다. 이곳이 전체 5학급(1~6학년)에 전교생이 37명 뿐인 전형적인 작은 산골학교인 상북초 소호분교다.
이 작은 산골학교가 휴일 이른 시각부터 개교 100주년 기념 행사로 북적였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에서부터 40·50대 중장년층, 10대 초등학생들까지 하나 둘 모여들었다. 본관 2층의 강당은 100석의 간이의자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다.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자 이 학교 졸업생들이 울산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은 것이다. 행사장에서 동창과 선후배들을 만난 졸업생들은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반가워했고 들떴다.
3회 졸업생(1957년 졸업) 손호봉(81)씨는 “제가 다닐때는 두서국민학교 소호분교 시절이었다. 그때는 한 교실에 칸막이로 나눠서 6개 학년이 수업을 할 만큼 열악했다”며 “산골이라 연필 등 학용품을 사러 언양읍내까지 40리(약 15㎞)를 2~3시간씩 걸어다녔다”고 회고했다. 손씨는 이어 “모교가 폐교 위기를 딛고 100주년을 맞았다는 게 너무 뜻깊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행사는 졸업생의 색소폰 기념공연을 시작으로 학교 소개, 축사, 장학금 전달, 기념식수, 기념비 제막, 오찬 등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수와 기념비 제막 때는 재학생들도 함께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소호분교는 일제 강점기 시절인 지난 1923년 3월3일 설립된 ‘사설 강습소’로 출발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학교제도는 간이 실업학교(수업연한 규정 없음), 보통학교(3~4년제) 등으로 초등교육이 실시됐고, 사설 강습소와 간이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배운 기간만큼 인정을 받아 정식 국민학교(6년제)로 편입을 하게 했다. 울산에는 당시 소호리 강습소 외 두서면 보신강습소(1920년), 하북면 유신강습소(1922년) 등이 잇따라 생겨 운영됐다.
20여년간 사설 강습소로 운영되다 1934년에 두서보통학교 부설 간이학교에서 1944년에는 두서국민학교 소호분교로 정식 학교가 되었고, 이후 학생 수가 늘면서 1967년 3월부터 1984년 2월까지 17년간은 분교에서 벗어나 독립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로 운영되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학생 수 감소로 다시 궁근정초등학교 소호분교(1984년 3월~2015년 2월)로 운영되었다. 2016년에 상북지역 3개교(향산초, 길천초, 궁근정초)가 상북초로 통합되면서 현재의 상북초 소호분교에 이르고 있다.
이상훈 소호분교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은 “소호분교는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 자녀들에게 신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개교한 이래 1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역경과 고난을 딛고 유지되어 온 자랑스러운 학교다”라며 “동문님들과 마을주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오래도록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홍성우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장은 “개교 100주년 맞은 울산지역 학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례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