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돌봄의 현재와 미래
2023-03-07 이재명 기자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은 1차 치료를 하는 급성기병원이라 만성기병원 및 요양원들에서 담당하는 생애말기 돌봄과는 연관성이 적은 편이다. 또 내 범위가 아닌 일들보다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는 게 평소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사회전반에 대한 관심을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데,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장소가 지금 같은 형태들이어도 괜찮은가 같은 의문이 그것이다.
현재 한국인들이 돌아가시는 장소 중 가장 많은 곳은 의료시설로 비율이 75%가 넘는다. 예전에는 그 장소가 집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의료시설에서 돌아가시는 비율이 20%에 못 미쳤으니 30년의 세월동안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이유는 점점 대가족을 이루는 경우가 드물어지고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게 된 것, 세대가 변하며 집에서 노인을 모셔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없어지는 것, 연명에 대한 인식변화, 개인의 집 자체를 구하기 힘들어지는 것 등 개개인의 인식, 형편상 이유도 있지만, 약 20년의 세월동안 요양병원 및 요양원 등이 국가적으로 활성화되며 그를 통한 노인부양이 이뤄지도록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컸다. 자택에서 고질병을 가진 채 지내고 계시다가 급성기 병원 응급실 등으로 와서 사망하시는 경우 등도 병원사에 포함되지만, 많은 부분은 요양병원 및 요양원들에서 지내시다 돌아가시는 경우가 차지한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하는 역할이 엄연히 다르다. 요양병원은 병원이고 요양원은 돌봄을 전문으로 하는 시설이지만, 사실 고령층 입장에선 돌봄과 치료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꽤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둘을 비슷한 역할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 및 요양시설 비율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확정적인데, 그분들을 경제적으로 또 요양시설에서 직업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종사자들은 젊은층이어야 한다. 고령층 인구가 늘어날수록 그들을 부양하는 젊은 층의 인구도 많아져야 한다는 말은 조만간 닥쳐올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
향후 어느 순간부터는 기술발달이 이런 문제를 상당부분 커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내는 방 내부에 센서를 설치해 걸음걸이를 감지하다가 평소 걸음과 다른 이상함을 AI가 감지하면 바로 근방 병원에 알람이 가는 기술, 주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다가 말투가 어눌하거나 이상한 점을 감지하면 뇌졸중 위험여부를 판단해 기관에 연락이 가는 기술 등을 본 적이 있다. 이런 기술들은 집에서 지내는 고령층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기술들이 언제 상용화될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가까운 미래를 위해선 인구비율상 역설이 있음에도 요양시설들의 건실화를 통해 조금 더 편안한 생애 말기 돌봄을 좀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게 개인적으로는 맞는 방향이라 생각된다. 정말 혁신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요양병원 및 요양원들에게는 괜한 누가 되는 말일 수도 있으나 요양병원, 요양원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꽤 많고 실제로 방만하게 운영이 되는 곳들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애 마지막 돌봄에서 큰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들의 건실화와 이미지 개선은 매우 중요하며 그에 필요한 사회적 재원들도 한동안은 준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개원한지 얼마 안된 북구의 실버케어센터에 최근 들렀다. 요양원의 범주에 들어가는 기관인데 그 시설과 유닛 배치 등이 선진적이고 너무 깨끗해 상당히 놀랐다. 동시에 그런만큼 투입되는 인원 및 비용 등도 늘어날 것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센터를 운영하시는 분도 분명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셨을까. 이런 기관들이 걱정없이 늘어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적어도 한동안은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