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대곡천, 실향민의 시선으로 담아내

2023-03-08     서정혜 기자

사연댐 건설로 인해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시선으로 반구대암각화와 대곡천을 담아낸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울산의 자랑 반구대암각화와 대곡천의 수려한 모습을 통해 시민들이 암각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작가 백성욱 작가가 오는 13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4전시장에서 사진전 ‘암각화, 신화의 물길 따라’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카메라에 담은 암각화와 대곡천 사진, 지난 2015년 울산대곡박물관에서 진행했던 고향 한실마을 사진 등 63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풍화로 조각난 암각화를 표현한 대형 사진이다. 작가는 잦은 수몰로 손상된 암각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암각화 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작품을 기획했다. 암각화 전체를 촬영하고 컴퓨터 작업으로 실제 조각난 부분을 사진에서 잘라내고 이어 붙여 손상된 암각화의 모습을 표현했다.

또한 전시에서는 암각화의 대표적 그림인 고래 그림을 담은 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만큼이나 사실감과 율동감이 넘치는 고래 그림을 통해 선사인들의 고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작품들이다.

또 수몰 위기에 있는 암각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사람 얼굴 바위그림에 그늘을 드리우게 구도를 잡아 슬픈 표정을 표현한 작품도 선보인다.

한실마을이 고향인 백성욱 작가는 댐이 만들어지며 지난 1962년 부산으로 이주했다. 작가는 이주 이후에도 부산에서의 적응이 어려울 때마다 고향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으로 대곡분교를 매입해 가족들이 왕래하기도 했고, 지난 2015년부터는 대곡천 인근에서 산골영화제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5월19일부터 21일까지 울산 울주군 삼남읍 교동리 작천정 다목적 잔디광장에서 제12회 울산 반구골 산골영화제를 연다.

백성욱 작가는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 그림인 반구대암각화가 고향집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이다. 사진을 찍어 모니터로 그림 표면의 질감을 볼 때면 환상적이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사진으로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상세히 보이고 선사인들의 제작 과정에서의 의도도 살펴볼 수 있다. 암각화와 대곡천 사진을 고향인 울산에서 전시 하고 싶었다. 이번 전시가 암각화를 더 사랑하고 보존하기 위해 애쓸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226·8252.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