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트렌드에 맞는 관광상품 개발

2023-03-08     경상일보

길었던 코로나19 터널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여행 패턴에도 조금씩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인해 현재와 나에 집중된 기조가 일부 유지되었고,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환경에 관한 관심 증가, 재택 및 원격근무 확산, 휴식 및 웰니스에 대한 필요성 강화, 아웃도어 레저 수요의 증가, 개인 경험의 가치 중시 등 사회·소비·환경·노동·여가 등 사회 전반의 거시적 변화가 관광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3년간 빅데이터(이동통신, 소비지출, 소셜미디어 등), 전문가 심층 인터뷰 그리고 세대별 및 여행 주제별 소비자 설문조사 등을 분석하여 ‘2023 국내 관광 트렌드’를 발표했다. 올해 국내 관광 트렌드는 로컬관광, 아웃도어·레저여행, 농촌 여행, 친환경 여행, 체류형 여행, 취미 여행 등 6개의 테마로 요약됐다. 이는 유명 관광지 지명도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자신의 관심과 취향을 반영한 새로운 관광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관광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로컬관광. 지역 맛집이나 특산품, 그리고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역사 체험 프로그램 등 지역 고유의 여행 콘텐츠 및 경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즉 현지 먹거리와 지역 고유 콘텐츠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관심은 지역특산품 체험, 지역 자연 및 생태환경 체험, 지역 역사 전통문화 체험 등의 관광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아웃도어·레저여행. 코로나19 이후 야외활동이 선호되었고, 엔데믹 시기 이후에도 등산, 트레킹 등 아웃도어·레저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선호 레저로는 걷기, 등산 및 트레킹, 낚시, 자전거, 골프 순으로 나타났다.

셋째, 농촌 여행. 코로나19 이후 번잡하고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진정한 휴식과 함께 새로운 경험 및 추억을 동시에 추구하는 농촌 여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즉 농촌에서 체험은 물론 웰빙과 힐링 관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넷째, 친환경 여행.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 속에 탄소 배출 등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즉 일상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여행지를 방문하고, 도보여행을 즐기는 욕구가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째, 체류형 여행. ‘한달살기’ 뿐만 아니라 ‘일주일’, ‘단기’ 등 일정기간 특정 지역에서 살아보는 여행이 증가 추세다. 체류형 여행은 지역에 대한 심도 있는 여행은 물론 현지인과 일상생활을 같이 해보는 체험도 포함된다. 워케이션도 체류형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서 휴가지에서 일을 병행하는 근무 형태를 말하는 워케이션은 일의 효율과 삶의 활력을 함께 누릴 수 있어 뉴노멀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유럽과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일본항공(JAL)이 2017년 시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회사에서 지급한 컴퓨터로 일을 하고,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을 보고하며, 이 기간은 유급휴가로 계산되지 않고 정상근무로 처리된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와 함께 워케이션족(族)이 늘고 있다.

여섯째, 취미 여행. 나만의 취미생활을 하는 여행이다.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가치 중시의 경향에 따라 취미와 관련된 축제나 이벤트 지역의 방문이나, 같은 취미를 가진 동호회의 여행이 증대되고 있다.

트렌드(trend)란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말한다.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지 못한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관광상품도 마찬가지이다. 즉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관광상품은 방문객이 외면한다.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급변하는 관광환경에 관련 기관 및 업계가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계 당국은 수요자 중심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관광상품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