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헷갈리는 우회전 ‘우선멈춤’ 강행이 답일까

2023-03-09     경상일보

최근 사람들이 모이면 “우회전을 최소화할 수 있는 통행경로를 제공하는 네비게이션이 개발되면 사고싶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나누곤 한다. 정부 및 경찰청에서 홍보를 많이 하고는 있지만, 변화된 교차로에서의 통행방법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교차로 우회전 시 통행방법의 법적기준 강화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운전 중 DMB 시청금지’ ‘안전속도 5030’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5.6명, 2021년)가 OECD 회원국(평균 5.2명) 중 중하위권(7명 이하)에 머물면서 보행 사망자 감축을 위한 방안 마련 차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7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 내용에는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할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운전자 의무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2023년 1월부터는 횡단보도 위의 보행자 유무에 상관없이 전방 신호등이 적색일 경우 모든 우회전 차량은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되었다.

운전면허 소지자를 연령대별(2021)로 살펴보면, 10대 1%, 20대 15%, 30대 19%, 40대 22%, 50대 22%, 60대 16%, 70대 이상 6% 정도이다. 운전면허 취득 연령이 만 18세 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대부분 기존의 우회전 통행방법이 습관화된 상태일 것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시행된 지 불과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규정을 추가한다는 점은 운전자가 교차로 우회전 통행방법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도로교통법 시행(2022.7) 이후 전국 28개 교차로를 대상으로 횡단보도 일시정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시정지 없이 그대로 우회한 차량은 12.8%p 감소, 일지 정지 후 보행 완료 전 출발한 차량은 3,1%p 감소, 일시 정지 후 보행 완료 후 출발한 차량은 15.8% 증가했다. 해당 수치만 봐서는 법 시행으로 보행자 안전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이나, 전국 28개 교차로만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실제 현장과는 편차가 클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로 도로를 거닐다 보면, 보행자가 통행이 완료될까지 대기하고 있는 차량의 후미차량들이 선행차량을 향해 빨리 횡단보도를 통과하라고 경적을 울리는 차량이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자를 피해 통행하는 얌체 차량 등의 모습을 빈번히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법규 위반차량은 신호교차로 보다 비신호교차로에서 더욱 빈번히 볼 수 있다.

횡단보도에서 차량이 우회전할 때, 보도에 인접해 회전하면서 운전자 시야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다만, 아직 전년도 7월에 개정된 횡단보도 내 우회전 차량 통행규정도 체득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전자 통행규정이 강화되는 것은 현실성이 있는 방법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2021년 4월 적용된 ‘안전속도 5030’ 정책이 획일적인 속도 규제라는 여론을 고려해 도로별 특성과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조정 운영하는 방안으로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4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혼란이 야기되는 법령을 강행하는 것보다는 여론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거쳐 국민의 삶에 녹아들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조미정 울산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