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기현 대표의 국힘 ‘연포탕’과 울산 국회의원 역할론

2023-03-13     경상일보

김기현(울산 남구을) 대표의 국민의힘이 새출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55.1%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 기록했고, 결선투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됐지만 김 대표는 52.9%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재론의 여지가 없는 완전한 승리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친 윤석열)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인 것도 사실이다. 최고위원에도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장예찬 등 친윤계 후보가 전원 당선됐다. 명실상부 친윤체제다. 이를 의식한 김기현 대표는 수락연설에서도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끓이겠다”며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김 대표 체제의 조직구성에 연포탕이 어떻게 실현될 지가 관심이다. 사무총장은 강원출신 친윤(친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을 사실상 내정했다. 울산 중구의 박성민 의원도 전략기획부총장에 거론되고 있다. 조직부총장에는 배현진 의원이 유력하다. 대변인단은 원내에서 이만희·강민국·유상범·조은희 의원이, 원외 몫으로는 윤희석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과 김예령 전 대선 선대위 대변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모두 친윤이다. 약속한 연포탕을 위해 유승민계로 분류된 수도권 3선 유의동 의원(경기 평택을)을 정책위의장 혹은 지명직 최고위원에 발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계파 색채가 옅은 3선의 윤재옥·박대출 의원의 중용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맛을 제대로 내는 연포탕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울산지역 정치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만큼 지역 정치인들의 위상도 한층 강화된다고 봐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위상이 강화되면 지역 정치와 행정도 그만큼 유리해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울산이 지역구가 6개밖에 안 되는, 정치적으로 비중이 매우 작은 도시라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중앙정치에서 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은 만큼 지역 의원의 역할 배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당대표가 지역출신이라는 강점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지방정부와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조가 가능한 의원이 시당위원장을 맡아야 할 것이다. 권명호 시당위원장의 임기는 3개월 채 남지 않았다. 서범수 의원이 맡고 있는 예결위원도 임기가 2개월 남았다. 누구든 반드시 예결위원을 맡아 예산지킴이 역할을 해야 한다. 당직 배분이 의원 개인의 정치적 위상 보다 지역구의 바람을 담아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김기현 당대표 당선으로 한껏 높아진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