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재명 대표직 자진사퇴론 급부상
2023-03-13 김두수 기자
이 대표는 지난 9일 전 비서실장 사망사건 직후 경기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씨의 사망이 검찰의 압박 수사 때문이지, 저 때문이냐”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비명계의 시선은 더욱 냉랭해졌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도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씨 사망으로 여권에서 사법 리스크를 다시금 물고 늘어지는 만큼 이 대표가 물러나야만 당이 떠안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현재까지 거취를 고민한 바 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어떻게든 자신이 책임을 지고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선 대표직 사퇴 없이 이 대표가 위기를 돌파할 방안으로 인적 쇄신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애초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데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당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다음 달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원내대표 경선 후 개편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잇단 악재로 시점이 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시각은 이 대표 사퇴 요구는 지나치다는 의견을 가진 ‘온건파’ 비명계 사이에서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한 비명계 의원은 “대표 사퇴만이 답은 아니다. 위기를 타개할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인적 쇄신일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엔 비명계가 그간 주요 당직에서 배제됐다는 점을 들어 총선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총장직을 요구했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문제는 이 대표 측이 이처럼 비중이 큰 당직을 비명계에 줄 수 있느냐다. 친명(친이재명)계 사이에선 이 대표의 위기 때 자리를 요구하는 것에 불만이 크다. 비명계가 이 대표를 흔드는 이유가 공천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홍 수습용’ ‘위기 탈출용’ 인적 개편은 또 다른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 “언제까지 죽음의 공포가 계속돼야 하느냐”며 이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유를 막론하고 야당과 제1야당의 대표 주변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현안”이라고 밝혔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에 “이 죽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건 이재명 대표 뿐이다.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