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2023-03-16     경상일보

信(믿음 신)자는 ‘믿다, 신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信자는 人(사람 인)자와 言(말씀 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어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다 보면 간혹 불신에 찬 표정으로 상담을 대하는 환자를 보게 된다. 처음부터 이러한 상태로 진료를 행하다 보면 대부분 치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게 된다. 의료진과 환자 간의 서로에 대한 믿음(의료진이 자신의 질환을 확실히 치료해 줄 것이라는 환자의 믿음, 환자가 의료진의 시술과 처방에 전적으로 믿고 따를 것이라는 의료진의 확신)이 없으면 치료의 성패는 시작 전에 이미 결정이 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이라고도 한다.

개인이나 사회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신의를 지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놓고 잠시 자리를 비워 두더라도 분실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길을 걷더라도 모두가 질서를 지킨다는 확신이 있으면 편안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그만큼 더 큰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요사이 북한은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적으로 우리를 도발하고 있다. 이에 우리도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국방비를 대폭 늘리며,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군사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남북이 모두 상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처해진 상황에서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남북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쌓았으면 북측은 핵무기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부족한 식량의 자급자족이나 경제 발전으로 돌릴 수 있었을 것이며, 남측도 과도한 군비의 지출을 줄여 사회간접자본이나 복지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북의 국민들이 모두 더 나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에 대한 자공의 물음에 공자는 ‘먹을거리가 넉넉하고 병력과 무기가 넉넉하고 백성들이 믿는 것이다’고 답했다. 다 포기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믿음’이라고 했다. 유명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다. 먹을 것이 풍족하고 재물이 넘쳐나도 백성들 사이에서 믿음이 없으면 분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병력과 무기가 충분해도 믿음이 없으면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남베트남의 패망에서 우리는 그 교훈을 알 수 있다.

‘믿음(信)은 성실하다(誠)는 뜻이며, 전일하여 마음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펼친다(申)는 뜻으로, 말로써 서로 펼치고 묶으면서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고 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를 위해 마음을 다해 시간을 투자하고 성의를 보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갖 성의를 다하려는, 참되고 거짓 없는 성실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할 때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가진 후에라야 불가능한 일도 극복할 수 있으며 일의 성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미-중간의 갈등으로 인한 경제문제(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남북간의 대결구도에 따른 국방문제, 한-일간 위안부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외교문제 등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에 중점을 두고 문제 해결에 힘쓰기를 바란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