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이익 논의 협의체 조속 복원,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 합의

2023-03-17     이형중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85분 동안 밀도 높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올해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25주년되는 해”라며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장기간 중단됐던 한일 안보대화를 조기에 재개하고 경제안보 협의체를 새로 출범시킨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그간 얼어붙은 양국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데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안보, 경제, 인적·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는 논의를 가속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와 첨단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가기로 했다”며 “외교, 경제 당국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양국 재계의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설립 등도 거론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한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한 걸음”이라며 “이번 방일을 계기로 신뢰와 우정이 돈독해지고, 양국 관계가 크게 비약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구체적으로는 “우선 지금까지 오랜 기간 중단된 한일 안보대화, 한일 차관전략대화를 조기에 재개하는 것, 그리고 고위급 한중일 프로세스를 조기에 재기동하는 중요성에 대해 일치했다. 또 새롭게 한일 간에 경제안보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출관리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앞으로 각 정책 분야에서 담당 부처 간의 대화를 폭넓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언급하면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대응과 관련해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현지에서 환대받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가 하네다 공항에 내렸을 때 일본 외무성 부대신이 활주로까지 나와 인사한 것은 “예우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