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코로나19, ‘이해’를 통한 사회적 손실부터 줄여야

2023-03-23     경상일보

따스한 날씨가 기분 좋은 요즘,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그동안 추위로 놀지 못했던 놀이터에서 종종 시간을 보낸다. 아파트단지 내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보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3개월 이상에 걸쳐 실내마스크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필수품인 듯 보인다. 많은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듯 의외로 대한민국은 아직 ‘마스크’에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에 대해 다양한 이유가 제시되지만, 필자가 의료현장에서 느낀 중요한 요인은 바로 ‘이해’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마스크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정부의 규제 때문에 혹은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마스크를 써온 것은 아닐까 싶다. 마스크는 쓰고 벗고를 반복하거나 손으로 만지는 등으로 오염이 된다. 그럼에도 손의 위생 상태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신체가 접촉하는 곳이나 머무는 공간의 공기 오염에도 우리는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오로지 마스크 착용에만 집착하는 듯하다. 이해 없는 마스크 집착보다는 올바른 이해를 통해 규제 없이도 감염의 완화를 이루어야 한다.

진료를 하면서 가장 자주 설명하게 되는 주제가 바로 ‘감기’이다. 감기에 대한 오해가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의학을 서양의학으로 부르는 만큼, 의학과 함께한 역사가 짧다. 그래서인지 용어도 개념도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질병코드분류에는 감기라는 코드는 없다. 상기도감염, 비인두염 등이 감기의 상병으로 쓰이긴 하지만 감기는 의학용어가 아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상기도 감염을 의미한다. 바이러스는 세균, 곰팡이 등 미생물 중 하나이며, 상기도는 코부터 인두, 후두를 포함하는 부위이다. 즉, 이러한 신체부위에 200종류가 넘는 바이러스 중 어떤 것이 감염돼 호흡기 증상이 생기는 것을 감기라고 부른다. 코로나19도 메르스도 모두 상기도 감염이지만 기존과 다른 전염력과 합병증이 발견되기에 따로 분류됐을 뿐이다.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라 ‘인플루엔자’라는 바이러스의 감염이다. 감기와 독감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본래의 상기도 감염도 편도염, 폐렴 등 세균성 감염을 동반할 수 있고, 심한 경우 패혈증에서 사망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감기와 코로나19를 이해한다면 치료뿐 아니라 더불어 폐렴과 같은 합병증에 초점을 맞춘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의 전파 경로를 호흡을 통한 ‘흡입’, 감염된 비말의 ‘직접 접촉’과 환경 표면을 거치는 ‘표면 접촉’으로 설명한다. 이제는 이러한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고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염병을 근절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방호복을 입고 생활할 수는 없는 것처럼,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사람을 전신 CT 촬영을 시행할 수 없는 것처럼, 코로나19에 관한 여러 수칙들의 사회적, 경제적 기회비용을 따져야 한다.

먼저, 불필요한 의료적 손실 대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지만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치료시설에 제한이 생겨 거리적, 시간적 손해를 입는 경우부터 단순히 직장 등에서의 요구로 치료목적이 아닌 진단서를 위해 시행되는 과잉검사까지 다양한 사례가 많다. 방역이 완화되는 만큼 불필요한 의료적·경제적 손실 또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마스크는 전염을 막는 최고의 도구이지만 규제를 통한 착용이 아닌 ‘이해’를 통한 착용이 돼야 영유아들의 언어, 정서, 인지 발달의 문제나 마스크로 인한 만성적인 저산소증, 두통 등의 부정적인 결과들도 함께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매체는 지금 우리나라를 극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우리의 다름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이유를 찾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재밌는 문화적 차이로 웃고 넘길 것이 아니라, 그 다름 속에서 지속되고 있는 다양한 부정적 사례들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이성민 외과전문의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