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연극제, 연극인의 축제 넘어
제26회 울산연극제가 오는 3월31일(금) 극단 세소래의 ‘무인도’를 시작으로 4월2일(일) 극단 광대의 ‘남편을 빌려드립니다’, 4월5일(수) 극단 울산씨어터예술단의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4월7일(금) 극단 푸른 가시의 ‘간절곶(아린 기억)’, 4월9일(일) 극단 기억의 ‘유품’을 마지막으로 5개 극단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연극제는 울산시 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개최되며 경연을 통해 울산의 대표작품을 선정하게 된다.
광역시 승격 이후 올해로 26회를 맞이하는 울산연극제는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의 예선 대회이며, 대상 수상 단체는 울산 대표로 참가할 수 있는 본선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국내 창작연극의 활성화와 관객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하는 울산연극제는 울산지역 작가의 우수한 창작 초연과 기성 작품을 포함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과, 역사적 배경을 담은 이야기부터 울산지역만의 특색 있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울산연극은 광역시 승격이후 괄목할 만큼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대한민국 최대 연극 축제인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2회 수상했고, 단체 금상 1회, 단체 은상을 8회나 수상했다. 또한 연출상, 연기상, 무대예술상 등 개인상을 수상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이제 울산의 연극은 한국 연극의 변방이 아니다. 울산 연극인들의 땀과 열정으로 이룬 성과가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연극의 중심으로 들어서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할 때이다.
“대학로 작품 아닌 가요?”
대구의 극단 ‘돼지’가 만든 ‘오백에 삼십’을 본 관객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201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다 보니 대학로의 극단이 제작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대구에서 시작되어 ‘전국구’가 된 ‘오백에 삼십’이 전하는 이야기는 평범하다. 돼지빌라를 배경으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이야기에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울산에서도 초청돼 공연된 작품인, 극단 ‘돼지’의 ‘오백에 삼십’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 연극에서 장기 공연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보면서 울산의 좋은 작품들도 조만간 서울 대학로에 진출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오백에 삼십’은 대학로에서의 장기공연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전국 각지의 지역 공연을 준비하는 기획자들이 이 공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수원, 장성, 부산, 광주, 대전, 울산 등 12개 지역에서 ‘오백에 삼십’이 공연됐거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 작품은 대구 대명로라는 전문 소극장 거리를 가진 대구시민들의 자부심이 되었으며 대구연극인의 희망이 되고 있다.
서울 대학로의 극단들도 창작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를 힘들어 하는 연극판에서 대구 극단 ‘돼지’가 이뤄낸 성과는 분명히 많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이 함께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울산 연극인의 한사람으로 분명히 되짚어 보아야 할 지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 제 1위의 선박과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도시. 뭐든 최고로 만드는 공업도시 울산의 정체성은 문화예술이 어우러져 창의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울산에서도 초연된 좋은 희곡과 연출, 배우들이 만든 작품이 있다. 이 작품들이 울산의 공연장에서, 장기적으로 공연되어 지역에서 중심으로의 비상(飛上)을 희망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울산의 연극전용 소극장이 하루빨리 개관돼야 한다. 울산의 좋은 작품들이 연극전용 소극장의 장기공연을 통해 전국 공연장 방방곡곡으로 널리 퍼져 나가 울산시민의 자부심이 되었으면 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놀이 문화를 형성했다. 다양한 놀이 활동이 하나로 통합되어 종합적으로 완성된 예술이 연극이다. 가장 기초적 종합예술인 연극의 발전이야말로 모든 예술장르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울산연극제는 울산연극인들에게는 기회의 무대이자, 신진 연극인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다. 울산의 연극인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에 도전하고 매진할 수 있는 힘은 관객의 뜨거운 박수와 찬사의 힘이다. 아무쪼록 제26회 울산연극제가 연극인들 뿐 아니라 울산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전명수 한국연극협회 울산시지회장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