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의 월요시담(詩談)]배한봉 ‘까치가 날아간다’
밥을 먹다 무슨 말 끝에
저까치라고 했더니 느닷없이
요즘 까치 극성스럽지요 그런다
나는 그게 뭔 말인가 싶어
잠시 어리둥절, 눈을 껌벅이고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어리둥절과 씨익 사이에 놓인
지층의 깊이.
두어 잔 반주와 무르익는 화제 끝에
절의 종을 받아 종소리 세 번 울려
보은하고 죽었다는 까치도 있지요 그런다.
나는 저까치라 했는데 서울 사람 그는
농사짓는 내가 까치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감나무 꼭대기 까치밥
쪼아먹는 까치.
그제야 나도 뭔 말인지 알아듣고
그는 그것이 젓가락의
경상도 내 모태 언어라는 걸 알고는
한참 웃는다. 그와 나 사이 까치가 날아간다.
“다양한 언어의 보물창고서 ‘불통의 재미’ 느껴”
사투리로 인한 잠시 잠깐의 불통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시이다. 젓가락을 ‘저까치’라고 하는 토종 경상도 시인과 그것을 ‘저 까치’로 알아들어 까치의 보은 설화로까지 이야기를 확장하는 서울 사람. 그 엇박자를 ‘어리둥절과 씨익 사이에 놓인/ 지층의 깊이’라고 했다. 지층은 여러 성질의 흙 알갱이가 포개지고 쌓여 켜를 이룬 것이니 언어의 지층은 비슷한 무리의 언중들이 모인 발화의 층위다. 그 층위의 깊이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사뭇 따뜻하다.
사실 표준어와 사투리는 우열이 아니라 서로 다름이다. 사투리야말로 언어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보물창고이다. 이런 사투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대전이 고향인 필자도 울산에 처음 왔을 때 지렁(간장), 골미(가래떡), 쭈굴시럽다(겸연쩍다), 이런 낱말을 못 알아들어 곤혹스러웠는데, 지금은 이곳에서도 낯선 말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사투리를 둘러싼 스냅 사진 같은 시 한 편에 눈길이 갈 수밖에. 참고로 경상도 말 ‘저까치’는 충청도 말로 ‘저붐’이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