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정박지 부족, 여전히 과제]입항선박 스케줄 관리체계 실효성 높여야

2023-03-27     권지혜
울산항

울산항은 비교적 수심이 깊은 탓에 앞으로 정박지를 추가로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항만 경쟁력 저하가 불보듯 뻔한데, 지금처럼 정박지 부족 때문에 선박들이 타 항만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상황을 마냥 뒷짐만 지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정박지 추가 조성이 어렵다면 기존 부두 활용도를 높이고 정박지 운영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항만당국이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울산항 실시간 접안율 67% 불과

울산항에서 태풍, 기상악화 등으로 발생하는 피항 일수는 365일 중 135일이나 된다. 즉 3번 중 1번은 제때 선박스케줄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인해 울산항의 실시간 접안율은 67%에 불과하다.

또한 울산항의 부두별 정박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울산항의 평균 정박시간은 20시간으로 파악된다. 가스·액체부두(9시간)와 컨테이너 부두(12시간)의 경우 평균 정박시간보다 낮지만 잡화·시멘트 부두(30시간)와 양곡 부두(51시간)는 평균 정박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양곡부두는 평균 정박시간의 2배가 넘는다. 문제는 평균 정박시간이 체선율과 직결된다는데 있다. 지난 2021년 부두별 체선율을 살펴보면 양곡부두의 체선율은 14.02%로, 평균 체선율(2.32%)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 6년간 양곡부두의 체선율은 2016년 21.18%, 2017년 7.07%, 2018년 7.53%, 2019년 3.37%, 2020년 16.52%, 2021년 14.02%로 타부두에 비해 항상 체선율이 높다.

선박이 대형화되고 도선 제한일수가 증가하는 것도 정박지 부족을 야기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박지 효율성 향상 총력 기해야

항만 전문가들은 울산항의 정박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박지를 확장하기 보단 정박지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순회를 하기 어려운 급한 배부터 정박지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며칠씩 정박지를 점거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항만당국의 행정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 울산항 전문가는 “정박지가 부족해 외항에서 선박이 대기할 경우 선사 입장에선 엄청난 비용적 부담을 안게 된다”면서 “울산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며칠씩 정박지를 점거하는 선박에 대해선 패널티를 부과하거나 정박료를 받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울산항 입항선박의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울산항에 들어오는 선박의 대부분은 비정기선으로, 기상환경 악화가 해제된 이후나 물동량이 많은 경우 한꺼번에 선박이 울산항에 들어와 평소보다 정박지가 더욱 부족하다. 이런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항만당국의 선진 물류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또 다른 울산항 전문가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스케줄이 정해져있다. 그러나 울산항은 비정기선인 액체화물이 전체 물동량의 약 80%를 차지한다”며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선박 스케줄이 관리된다면 정박지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비어있는 부두에서 다른 작업도 가능할 수 있도록 부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항만 종사자는 “글로벌 항만의 특징은 항만당국 편의주의가 아닌, 이용자 편의 중심이라는 공통된 분모를 갖고 있다”면서 “무조건 물동량만 늘리겠다는 알차원적 행정에서 벗어나 항만 전체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두 활성화와 정박지 효율 극대화, 선사와 이용자 편의 증진을 도모해야 실질적인 글로벌 항만으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