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다시 들썩거리는 물가, 정치권은 민생에 집중해야
먹거리 가격이 또 들썩거리고 있다. 치킨·햄버거·빵·아이스크림·생수 등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소비자물가 안정기조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식품·외식 업체들에게 인상 자제를 계속 요청하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내세우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식품·외식 등의 가격이 오르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사람들이 저소득층이다.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직접 민생 현장에 나와 국민들의 먹거리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연일 정쟁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뭔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고싶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15.45로 지난해 동월보다 7.5% 올랐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 9월에는 9.0%까지 치솟아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분위기에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8%로,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와 물가 둔화 흐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 등 가공식품에 이어 햄버거와 치킨 등 외식 가격이 줄줄이 올라 물가 둔화가 지속할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4월3일부터 품목별 가격을 500~3000원 올린다. 한마리·부분육 메뉴는 3000원이 오른다. 교촌치킨은 “2014년 이후 10년 동안 주요 원자재 가맹점 납품가를 동결해왔다”면서 “누적된 비용 상승 부담이 커져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연초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 버거킹, 맘스터치, 맥도날드, 노브랜드 등도 모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21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2월부터 15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정부는 1월과 2월 주요 식품업체를 만나 물가 인상 자제를 계속 요청해 왔다. 그러나 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물류비 등이 지속해서 상승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마냥 자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먹거리 가격 상승은 공공요금 다음으로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작용을 한다. 기업들의 원가 절감 노력과 함께 정부의 취약계층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