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출산 문제, 국토균형발전으로 풀어야

2023-03-29     경상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위원장이지만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은 2015년 이후 약 7년만이다. 이 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는 것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다시 인식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문제는 국가와 자치단체가 지원금과 축하상품을 주는 것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지난 정부의 정책이 전부 잘못됐다고 매도할 수는 없지만 지난 15년간 280조원을 투입하고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명에 그쳤다는 것은 저출산정책의 변화가 시급함을 말해주고도 남는다.

저출산 문제는 더 이상 지자체별로 인기영합적 지원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이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풀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 해법 찾기가 쉽지 않고 어떤 해법이라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복지·교육·일자리·주거·세제 등 사회 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여러 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구감소는 국가 존립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총체적·체계적·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은 저출산 문제의 총체적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고, 그 총체적 원인의 저변에는 국토균형발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도시들의 인구감소가 더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드러나 있는 사실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와 저출산문제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수도권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연일 내놓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야만 하고 수도권에 가야만 일자리가 있다. 그런데 반대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과 교육비는 아이를 키우면서 감당하기가 어렵다. 지방도시에서 사는 것만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들만큼 서울과 지역의 문화적 수준은 차이가 난다.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는 이유와 청년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상당히 일치한다. 교육과 문화생활 수준, 일자리가 전국적으로 균등하다면 지금처럼 과열경쟁은 사라질 것이고, 양육을 이유로 출산을 기피하는 일도 분명 줄어들 것이다. 전 국민의 삶의질을 높이는 국토균형발전이 결국 저출산 대책이다. 늦었지만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새로운 방향모색에 들어간 것에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