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학교는 아이들의 공간이다

2023-03-29     경상일보

개학이 연기됐다. 어린 시절 무슨 이유가 생겨 개학이 연기되기를 바랐던 순간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도 그러기를 바라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실제로 개학이 3일 연기됐다. 학점제형 공간조성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아서였다. 학생들과 학부모님께 죄송했다. 담당 부서 부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다.

딴에는 시간과 싸우며 방학을 보냈다. 공사 관련해서 아는 게 없는 교사로서 모르면서 일을 따라가야 했다. ‘모르는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그것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래도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는 촉진자 지원 시스템을 도입·지원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학교가 해야 하는 고유의 역할이 있었다. 교사들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아이들을 위해 생각을 모았다. 막연하고 답답했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비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을 마주해도 생각을 모으고 방법을 찾는 교사들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때가 많다. 이번에도 우리는 모두 함께 의지하며 노력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모두 대단하다.

새롭게 구성된 공간이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스터디카페에서 편안하게 공부하는 모습에서 그 공간을 좋아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다행이다. 홈베이스 스탠드 책상에서 친구와 또는 혼자서 공부를 하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을 놓는다. 다행이다. 쉬는 시간 복도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모습에서도, 휴식 공간에서 친구들과 쉼을 즐기는 모습에서도 마음을 놓는다. 다행이다.

고교학점제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드는 노력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너무 많다.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그러기 위해 학교가 변하고 있다. 학생들의 삶을 위해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학교에 편성되지 않았으나 학생에게 필요한 경우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조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공간은 다양한 규모의 수업을 위한 공간 크기의 유연화, 다양한 교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 주체의 유연화, 예약제를 활용해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공강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에 자기주도적 학습이나 프로젝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용 방법의 유연화를 목표로 재구성되고 있다.

학교는 아이들의 공간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학생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모든 공간이 규율로 사용이 제한되어 있었다. 학생이었던 나는 학교에서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 ‘작은 책상과 의자’가 ‘전부’라고 느꼈다. 나에게 학교는 통제된 곳이었다. 학교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열린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