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차등제로 국가 균형발전 이끌어야]발전소 주변 피해보상 공감대 우선

2023-03-29     이춘봉
신고리원전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면서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만큼 법안 처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수도권 반발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다. 이에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인근 지역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개념을 설득시키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비수도권 인식 차이

부산연구원의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방안’ 연구 용역에서는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시 요금 인상 소지가 높은 수도권과 수혜 지역인 비수도권 주민들의 인식 차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600명과 원전 지역 600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전력 자급률에 따라 요금 차등제를 적용’하는 것을 질문한 결과 원전 지역 주민의 12.83%가 매우 찬성, 29.0%가 대체로 찬성하는 등 41.83%가 찬성했다. 매우 반대는 15%, 대체로 반대는 22.83% 등 37.83%가 반대했다.

수도권 지역 주민은 매우 찬성이 3.17%, 대체로 찬성이 18.17%로 불과 21.34%만 찬성했다. 매우 반대는 25.67%, 대체로 반대는 29.67% 등 55.34%가 반대했다. 이는 요금 차등제 적용에 따른 비용 상승 우려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반면 ‘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환경 오염 및 위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발전소 인근 지역은 전기요금을 낮춰줘야 한다’는 전제 아래 진행된 설문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원전 지역 주민의 26.33%가 매우 찬성, 39.33%가 대체로 찬성하는 등 65.66%가 찬성했다. 매우 반대는 4.5%, 대체로 반대는 9.5%% 등 불과 14%만 반대했다.

수도권 지역 주민은 매우 찬성이 13.83%, 대체로 찬성이 41.67%로 절반이 넘는 55.5%가 찬성했다. 매우 반대는 6.33%, 대체로 반대는 15.33% 등 21.66%로 급격하게 줄었다.

이는 전기요금 차등제의 성사를 위해서는 발전소 인근 지역의 위험에 대한 보상 개념을 적용하는 게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용 우선 추진

전기요금 차등제의 수용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산업용에 한정해 제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전국 단일요금제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 지역별 차등제라는 제도는 매우 생소한 개념인 만큼 제한적인 범위에서 시작해 점차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용 전력 소비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52%를 차지하는 만큼 지역별 차등제를 선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기도의 경우 산업용 전력 소비가 전국 산업용 전력 소비의 26.7%에 달할 정도로 소비가 많아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지역별 차등제 적용을 단계별로 접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곳으로 손꼽힌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정책적 고려로 타 요금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차례 요금 인상이 있었지만 여전히 타 요금제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이에 가장 낮은 수준의 요금제부터 지역별 차등제를 적용하게 되면 국내 전기 소비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양한 요금 부과 방안 논의

전기요금 차등제 적용 방안으로 지역자원시설세 인상,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대상지 확대, 원전 이용 부담금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지역자원시설세를 인상하게 되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와 연계한 세금 인상 필요성이 발생한다. 전기요금 차등이 사실상 수도권 주민들이나 산업계의 요금 인상과 연계돼 있는 만큼 세수 인상을 통해 반감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대상지 확대는 전기요금 차등제 지원을 위해 발주법상 기본 지원 사업 중 전기요금 보조 사업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확대 범위를 방사선 긴급조치 계획구역으로 적용할 경우 고리·새울·월성원전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울산 시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전 이용 부담금 신설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원전 이용 부담금은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원전 소재로 인해 입는 불이익에 대해 사용자 부담 원칙 차원에서 추가 지원을 시행하는 개념이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