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법은 아는 자의 편이다
며칠 전, 사업하는 남편의 재산상황을 항상 궁금해 하던 친구가 남편 앞으로 증권사에서 우편물이 왔다며, 들뜬 마음으로 “이제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봉인된 상태의 우편물 사진과 함께 말이다. 필자는 화들짝 놀라 초록색 창에 ‘비밀침해죄’를 검색해 친구에게 링크를 보내주었다.“부부사이라도 남의 우편물을 몰래 열어보면 비밀침해죄로 처벌받는다!”라는 경고와 함께.
흔히들 ‘법은 힘 있는 사람의 편’이라고 말한다.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 국민법의식조사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대상자 중 60.7%는 ‘법은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응답해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고 한다. “힘 있는 사람은 비싼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수사관이나 판사도 로비로 매수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잖아요.” 영화 부당거래의 주양 검사(류승범 역)는 대기업 회장의 스폰서를 받으면서 사건의 정보를 캐내 회장을 보호하고, 드라마 더 글로리의 경찰관 신영준(이해영 역)은 연진의 모친으로부터 스폰서를 받으면서 범죄를 밝힐 핵심 증거를 빼내 넘겨준다. 이러한 미디어의 영향인지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 중 상당수가 ‘돈과 힘’이 법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물론 필자가 경험하지 못한 어떤 세계에서는 돈과 힘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믿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거나,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의도적인 회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10년 차 법조인인 필자가 경험한 대부분의 상황에서 법은 활자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고(물론 법 자체가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규정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진정한 힘이 개입되는 것은 법을 인지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다. 결국 법을 알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적용하는 사람이 법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게 된다는 의미이다. 즉, 법은 법을 잘 아는 자의 편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정치와 경제뉴스에 빠삭한 사람들이라도 법에는 무지한 경우가 적지 않다. 당장 필요한 정보라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법률용어가 어려워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법은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사람들의 관심순위에 도통 끼질 못한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면 채권의 소멸시효가 언제인지 알아두어야 하고, 지인이 투자금을 갚지 않고 잠적하였다면 공소시효가 얼마인지 알아두어야 함에도 분쟁이 생기고서야 법률전문가를 찾게 된다.
필자의 친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친구는 “법을 아는 사람이 곁에 있어 진짜 다행이네.”라는 안도감이 섞인 답장을 보내 왔다. 평범한 친구도 법을 몰랐다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친구에게 당장 잘 읽히는 법률블로그 하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법률 유튜브 채널 하나라도 구독해 꾸준히 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법을 조금씩 알아가 보자. 돈과 힘 없이 법을 내 편으로 만드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니까.
박지연 법무법인PK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