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창의적 공간에서 새로운 발상이 시작된다

2023-03-30     경상일보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원스턴 처칠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의회의사당을 복구시키겠다는 연설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새삼 공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천연두나 페스트 등 이전에도 전염성이 강한 질병들이 전 세계를 덮쳤다고는 하나 직접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막연한 감정만 느꼈다면 코로나 19는 집요했고 구체적이었다.

양성으로 판정된 진단 키트는 모두에게 예외 없이 격리를 요구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 갇히는 경험을 했다. 너무나 안락하고 소중했던 나의 보금자리가 갑자기 날 가두는 끔찍한 감옥이 되는 경험은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사무실과 집, 다중집합시설 등 일상과 맞닿아 있는 여러 공간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규정하는 지를 생각하게 되고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직장인에게 사무실은 어떤 이미지일까. 정적이고 사무적이고 딱딱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른다. 과연 이런 공간에서 최고의 업무능력이 발휘될까. 공유오피스들이 많이 생겨나고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유오피스는 사무실 관리 부담이 없고 임대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업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인테리어 디자인 때문이다.

휴일이면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모여드는 복합문화공간이나 백화점, 예약 없이는 못가는 식당이나 카페 등의 트렌드도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무엇을 사거나 즐기거나 먹는다는 뚜렷한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지금은 정보와 색감 등이 유용성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쾌적함을 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 머리가 맑아지는 향기와 힐링되는 음악으로 오감을 충족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천장을 오픈시켜 층고를 높게 만들어 개방감을 주고 소리가 모이지 않아 답답함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접조명으로 빛을 분산시켜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그림과 사진으로 벽면을 채워 볼거리도 제공해야만 한다. 의자에 앉으면 발바닥은 땅에 밀착되고 팔걸이에 팔을 올리면 중력이 분산되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사람이 찾는다. 필자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생활 패턴과 함께 집에 대한 개념들도 바뀌었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집이 수면이나 휴식은 물론 업무까지 봐야하는 공간이 됐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소비와 시간을 중시하게 된 시점에서 나만의 공간으로 꾸미면서 성취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내·외 가구·가전업체들도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제품들을 콘셉트별 쇼룸형식으로 마케팅하는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제품 하나의 기능적인 부분만 고려해서 생산하고 소비했다면 지금은 편리성과 디자인, 배치했을 때 조화로움까지 고려하고 있다. 제한적인 공간 안에서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깔끔하고 차분한, 심플하면서 실용적인 북유럽스타일의 인테리어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이 패션 트렌드에 민감하듯이, 북유럽인들은 인테리어에 민감한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구시장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것 같다. 아마 기온이 대체적으로 낮기 때문에 내부 공간에서의 활동시간이 많아 계절 변화에 따라 실내를 꾸미고 분위기를 바꾸어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한 공간에서의 여러 가지 시도와 변화는 순환을 만들게 되고 이는 창의적인 생각을 할수 있게 해준다. 생활에 밀접한 실내공간 인테리어에서 더 나아가 건축 공간의 힘이 사람에게 엄청난 변화를 줄 수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지만 생각의 순환은 우리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당장 내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 나를 억압하고 제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석동 태현건설 전략기획실장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