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험신호 보내는 울산기업, 원가·비용 절감 최선 다해야
‘제조업 도시’ 울산의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크게 나빠졌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지역 경제에 암울함이 드리우던 2020년 하반기 수준으로까지 악화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함께, 덩달아 껑충 뛴 중간재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고통받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 결과 3월 울산지역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5로 전월(60)대비 5p 하락했다.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8월(4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해 상반기 울산의 BSI가 60을 오르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경영상황이 얼마나 좋지 못한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애로 사항으로 원자재 가격상승(24.2%), 인력난·인건비 상승(19.7%), 불확실한 경제상황(16.7%) 등을 꼽았다. 전월보다 원자재 가격상승, 수출부진의 비중이 더 커졌다. 특히 원자재구입가격지수는 전월 115에서 한달새 131로 껑충 뛰었다. 이로인해 제품판매가격지수(98)와 원자재구입가격지수 간 스프레드는 33p로 더 벌어졌다.
고통은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훨씬 심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선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영 여건이 매우 악화됐다는 응답이 75.2%에 달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한 중소기업은 불과 5%도 채 안됐다.
울산 산업이 대외 변수에 취약한 무역의존형 구조인데다, 석유화학제품을 비롯한 주력 수출품은 중국시장에서 갈수록 수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후폭풍은 상당 기간 지역기업들에게 고통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원론적이지만,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만큼 제품가격 인상이 어렵다면, 이로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원가·비용 절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상상황인 만큼 ‘마른수건 짜듯’ 지속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 등 경영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 울산시와 지자체, 지역경제 유관기관들은 자금압박을 겪는 기업들의 동향을 꾸준히 점검해 자칫 ‘돈맥경화’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저금리 대출, 비상자금 지원 등 행정적, 재정적 지원에 아낌이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산업 현장 파악과 진단이 우선이다. 복합위기 속 자금 수혈이 필요한 지역 기업에겐 지금 이 시간이 ‘골든타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