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바다와 함께 만들어가는 아부다비 사디야드 문화지구

2023-04-03     경상일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선수들이 불러 일으킨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신화는 그해 최고의 월드컵 명언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는 월드컵 경기 전에 여러 매체를 통해 중동의 각 나라에 관한 많은 영상과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 중에서 일반인이 가보고 싶어 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도시 장면들도 볼 수 있었다. 두바이는 관광과 산업, 금융의 중심지로 도시개발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아부다비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원유매장량을 기반으로 교육과 문화 중심의 도시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아부다비는 사디야드 문화지구 프로젝트를 통해 아랍 에미레이트의 유산과 문화, 그리고 자연이 함께하는 중동 문화예술의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자국의 전통문명과 다른 지역의 문명을 아우르는 문화 중심의 개발 사업을 통해 지식산업 발전과 인적자원의 부흥을 도모하는 신문화개발주의(New Cultural Developmentalism)를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부다비는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섬인 사디야드 섬에 호텔과 리조트, 주거단지와 대형 문화시설을 건설해 아부다비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도시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섬의 서쪽 모서리에 세 개의 문화예술공간을 중심으로 한 사디야드 문화지구의 큰 그림을 제시했고, 이 세 개의 건축물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하도록 했다. 현재 지역 명소가 된 루브르 아부다비는 2008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으로, 중동의 뜨거운 태양에 대응하는 철재 돔 형태의 지붕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9년 프리츠커 수상자인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3면이 아라비안 걸프의 물로 둘러싸여 건축물이 인공 방파제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200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아부다비 퍼포밍아츠센터는 극장, 뮤직홀, 콘서트홀, 오페라 하우스를 품고 있는 복합예술공간으로 하디드 특유의 유선형 디자인으로 계획됐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지구 내에 199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자이드 국립박물관과 1995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해양박물관 또한 지어질 예정이다.

이쯤 되면 ‘아부다비 사디야드 문화지구’ 프로젝트가 세계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건축물 박람회장이라 불리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들 건축 작품의 공통점은 사디야드 섬의 끝에서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장소에 계획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계획을 살펴보면 해안선이 갖는 독특한 장소성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해석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점에서 사디야드 문화지구는 혁신적 시도라 할 수 있다. 미술품은 기후와 온도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바다에 접한 대지는 미술관으로 좋은 장소가 아니라고 하는 상식을 넘어서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건축물들이 얼마나 좋은 문화예술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로 뽑히는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물 위에 떠 있는 돔 형태의 건축으로 내부 광장을 흐르는 수로는 아랍에미리트의 고대 관개시스템인 ‘팔라지(falaj)’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더운 날씨에 대응해 물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 디자인을 제시했다.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해양박물관은 박물관 자체를 바다와 도시, 그리고 하늘을 연결하는 게이트로 설계했다.

사실 필자가 설계사무소에 근무할 때, 아부다비 사디야드 문화지구의 19개 파빌리온 선정에 설계사무소가 지원해 당선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무모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당시 계획안의 건축물들이 하나씩 완공되고 문화지구 안에서의 문화 예술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지 불가능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다와 강과 산을 두루 갖추고 있는 우리 지역에서도 이러한 혁신적인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계획이 만들어진다면 건축 등과 같은 문화 중심 개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