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주민과 함께 되살리는 ‘정자’ 도시재생, 북구 대표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울산 북구 강동동을 가면 ‘유포’라는 단어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정작 ‘유포’가 옛 지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더욱이 다양한 지역에서 나고 자라 직장을 따라 성인이 되고부터 울산에서 터전을 잡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울산시민들에게는 매우 생소할 것이다. 유포(柳浦)는 조선시대부터 불리던 강동동의 옛 이름으로, 정자항을 흘러드는 정자천을 따라 버드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다고 하여 유등포(柳等浦)를 줄여 부르게 되었다. 유포지역의 대표마을인 정자마을은 남목·병영·호계·포항과의 길이 만나는 요충지로 공공 휴게소, 바닷가의 휴게소라 하여 지금까지 정자(亭子)로 불리고 있다. 어릴 적 추억 속 정자항은 바다를 곁에 두고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지친 심신을 달래며 휴식 할 수 있는 그런 곳 이었다. 2007년 12월 울산에서 강동을 잇는 국도31호선이 확장(개통)되면서 정자까지 가는 거리는 짧아 졌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정자항의 기능은 퇴색되고 좀 더 먼 경주나 포항 바닷가로 가는 통과교통량만 많아지게 되었다.
고대부터 해변 모래시장에서 시작된 정자시장은 정자항을 끼고 마을 안길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정자항 방파제를 따라 1910년부터 5일장(매월 2일, 7일) 형태로 개설되어 공동체 활동과 경제활동이 왕성한 지역 이였지만, 이제는 새벽 번개장터 형식으로 명목만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정자마을은 북구지역 8개 어항 중 유일한 국가어항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2022년 12월 말 현재 251가구, 540명이 수산업에 종사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과거의 오랜 역사와 어릴 적 좋은 추억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정자마을을 되살리고자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국토교통부의 공모를 통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기존 5개 사업유형을 ‘경제재생’과 ‘지역특화재생’ 2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하여 지역특화재생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지역특화재생사업은 역사·문화 등 고유자산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 및 도시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중심·골목상권을 활성화 하는 사업으로 주민이 주도하고, 주민이 스스로 마을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주민공동체의 노력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 공모에 선정되는 것은 물론 ‘정자’의 옛 명성을 되찾고 사람을 끄는 매력 넘치고, 역사(歷史)를 품은 쉼(휴게)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자항만이 가진 특색있는 콘텐츠 발굴이 핵심일 것이다.
예를 든다면, ‘정자’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정자돌미역’이라던가 이제는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정자양조장의 막걸리 주조 등 먹거리에 12개의 바위에서 자생하는 미역의 수취권을 가진 흥려박씨(울산박씨) 집안의 상징적 미역 제수 사용, 유포석보와 곽암(藿巖) 등 역사적 사실을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울산미역(정자돌미역)은 조선왕조실족 숙종편에 ‘진상하는 울산미역’, 신중동국여지승람 제22권 울산군편에 ‘울산지역 토산품으로 임금의 수라상에 오른 미역’으로 기록되어 있을 만금 예부터 품질이 우수하고, 해녀들이 직접 채취해 해풍과 태양에 건조한 자연산 돌미역은 품질과 맛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니 충주시 사과이야기길이나 정선군 억새 감비차 등과 같이 지역특화 우수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주효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 발굴은 주민들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정자마을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의 욕구와 선호를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지리적 위치상 교통요충지인 만큼 경주나 포항으로 가던 사람들도 잠시 쉬어가는 휴게공간으로 재탄생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더욱이, 산하지구 도시개발사업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인근지역에 골프장이 개장되면서 방문객이 다소 늘고 있다고 하니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발판삼아 북구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백현조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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