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커뮤니티리빙을 꿈꾸는 사람들

2023-04-06     경상일보

최근 울주군 온산읍 주민들이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가졌다.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은 도시재생사업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거점공간과 후속사업을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기 위해 설립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덕신리는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단기간에 주민들을 이주시킨 곳이다. 그 결과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도시확장성이 없는 상태다. 이곳은 빠르게 낙후됐고 산업체가 제공하는 단발성 일자리로 인해 인구유출이 심각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유치한 뒤 지금에 이르렀다.

주요 사업에는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과 부모가 함께 경제활동을 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호돌봄사업’,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역을 위한 ‘요양보호사업’, 청년 창업을 위한 ‘청년 공유주방 인큐베이팅 사업’, 다가구주택(원룸)과 오래된 사택을 포함해서 노후 주택 관리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하는 ‘주택관리 플랫폼 운영사업’, 주민들의 취미가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키워나갈 ‘목공예사업’이 있다.

이 가운데 ‘상호돌봄사업’은 발달장애인 부모의 소망을 담았다. 발달장애인 가족이 떠안고 있는 책임과 부담을 도시재생사업과 마을공동체가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경제활동과 상호돌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가 가미된 장애인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국내 발달장애인 수는 25만5207명(2021년 기준)에 이른다. 울산을 포함한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가운데 80%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 시설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은 25만5207명 가운데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가족들이 평생 곁에서 돌봐야 한다.

이를 감안해 정부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고, 2025년부터 2041년까지 매년 800여 명의 시설 거주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내보낸다는 계획을 담았다.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 전략이다. 그러나 관련 사업이 지자체로 내려왔을 때 이를 맡겨야 할 민간법인과 사업자가 부족하다. 현실과 정책 사이에 괴리가 나타난다. 인보관 마을복지센터는 이 문제를 주목하고 두 차례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과 장애인부모, 마을이장, 농업회사법인 대표, 울산광역시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제공기관을 설립하고 장애인부모를 직원으로 채용해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상호돌봄 모델이다. 인근 농촌마을 빈집과 체험농장을 중심으로 활동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대로 추진된다면 민간법인과 장애인부모, 마을주민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리빙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의 민관협력 케어 사업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염원한다.

이승진 인보관 마을복지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