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병영의, 병영을 위한, 병영을 향한 ‘도시재생’
‘재생’의 사전적 의미는 죽게 된 것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죽은 것을 되살리는 일이 곧 재생의 참 뜻이다.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유기적으로 연결돼 서로 소통하고 그 속에서 인간은 삶의 에너지를 얻고, 도시도 그 에너지를 자양분 삼아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전성기를 거쳐 쇠퇴한 뒤 마지막에 죽는 것처럼 도시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슬럼화 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하지만 죽어가는 도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일이 바로 ‘재생’이다. 즉 ‘도시재생’은 도시에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해주는 생명수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이 붐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전국의 도시재생사업은 560곳으로 매년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돈과 노력에도 정작 도시가 새 생명을 얻고 그 힘이 거주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장 큰 요인은 도시재생사업이 주민이 아닌 관(官) 주도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보여주기식 사업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인 탓에 지금 도시재생의 현주소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우리 중구의 대표 도시재생지역으로 꼽히는 병영 역시 반쪽짜리 재생 아니냐는 물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병영은 울산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다. 경상좌도 병마절도사가 주둔했으며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60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병영성이 중심에 위치하고,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한글을 지켜온 외솔 최현배 선생님의 고향인 한글도시다. ‘병영성’이라는 역사자원과 ‘한글’이라는 최고의 문화자산을 보유한 도시가 바로 병영이다.
병영 지역 중에서도 산전마을은 지리적으로 볼 때 뒤로는 병영성을 두고 앞으로 동천을 바라보는 배산임수 명당지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산전마을은 주거명당의 입지 대신 쇠퇴를 반복하며 거주지로서의 기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결국 산전마을의 대표 자랑거리 중 하나인 병영성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재건축을 막는 걸림돌이 되어버린 부조화한 상황에서, 도시재생만이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진행된 도시재생의 실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산전마을만이 가진 장점이 도시재생에 전혀 녹아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이 아닌 관 주도의 사업이 주를 이룬 탓에 병영성과 산전마을, 동천을 잇는 포괄적 도시재생이 아닌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사업에만 치중된 것이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2019년부터 병영의 도시재생사업에 소요된 예산(131억원)과 14년 넘게 병영성 복원사업에 투입된 예산(218억원)만 놓고 봐도 돈과 노력에 비한 결과물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의 성패는 주민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 여부에 달려있다. 주민이 중심이 돼 도시재생을 성공을 이끈 부산감천마을과 순천시 그리고 새로운 지식기반산업을 유치, 기존 마을 주민과의 소통과 교류로 도시재생의 세계적 롤모델로 꼽히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소도시 포블레노우 등. 이들 도시의 공통분모는 주민 주도로 스스로가 가진 장점을 도시재생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결국 성공한 도시재생은 3~4년의 단기 성과내기에서 벗어나 20년 이상 장기적인 시각에서 주민 주도로 재생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 동력을 마련해 나가는 지속성과 연속성에 달려있다. 오랜 세월 병영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삶을 이어나갈 주민들이야말로 내가 사는 마을에 무엇을 활용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야만 병영이 가진 역사와 문화자원의 장점을 하나로 잇고, 활용해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다. 병영를 되살리는 재생의 성공열쇠는 병영에 사는 주민들이 더 잘 안다.
문희성 울산 중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