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학 안전설비 투자 지원 확대…안전도시 울산의 첫걸음

2023-04-12     경상일보

고용노동청과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21개 기업의 공장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학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경영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 기업들은 노후화된 석화단지의 안전·환경·설비 등 안전설비 투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안전경영을 염원하는 지역 화학기업들의 고충이 반영돼, 중대재해 없는 안전도시 울산 구축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울산고용노동청은 11일 지역의 한 호텔에서 SK에너지, 금호석유화학, 한국바스프, 동서석유화학, 이수화학 등 울산 석유화학단지 주요 업체 공장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안전경영을 솔선수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화학사고가 화재, 누출, 폭발 등의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사전 예방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또 석유화학단지의 화재·폭발·누출사고 위험성이 큰 화학설비 개보수 등 위험작업의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개선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화학산업은 타 업종에 비해 재해 발생 빈도는 낮은 반면,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소방청 분석 결과 2022년 발생한 화학 사고는 218건으로 전년 보다 7.3% 줄었다. 하지만 사망과 부상 등 인명피해는 241명으로 전년보다 90% 급증했다. 공장 등 작업장 화학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소방청의 분석이다. 시기별로는 7월부터 9월까지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사고가 자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은 많은 석유화학 기업이 운집, 전국 화학물질 저장·취급량의 40%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산업 비중이 높은 화학도시다. 많은 화학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잠재적인 화약고나 다름없다. 지난해에는 경기, 전남, 인천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18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선책을 찾지 않는다면 불행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안전사고 예방은 기업 스스로 사고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안전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국의 기업은 안전매뉴얼 대로 작업 보다 안전이 우선인데, 한국은 안전보다 작업이 우선이다”는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장의 지적처럼 안전매뉴얼 준수가 바로 안전경영의 첫걸음이다. 더불어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부응하는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정착을 위해 석유화학 기업에 대한 안전설비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겐 채찍보단 지원이라는 당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