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특수선 독점 방지대책 전제돼야

2023-04-14     경상일보

공정거래위원회의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앞두고 울산 조선업계 특수선 분야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지켜달라’며 독점방지 대책을 요청하고 나섰다. 수상함정,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의 공정경쟁 방안 없이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나머지 특수선 분야 기업의 일감이 줄어 고용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게 그 이유다.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은 지 어언 22년 째 표류중인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도 중요하지만, 기업결합으로 인해 특수선 분야 일감이 특정기업에 편중되지 않도록 공정위의 대안도 나와야 할 것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3일 지역구 의원인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실을 방문,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앞서 특수선 분야 공정경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노조는 지난 11일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정위에 이같은 특수선 분야 독점방지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특수선 분야 근로자들이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시 초래될 일감 감소와 고용불안 우려 때문이다. 노조는 “특수선 분야의 공정경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을 하면, 한화그룹은 잠수함과 함정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슈퍼 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서 잠수함과 함정을 만들 수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개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1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육상에 이어 잠수함과 함정 분야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방산 독과점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7위의 한화그룹은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판 삼아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터다. 록히드마틴는 글로벌 방산 1위기업이다. 특히 인수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 부문과 협업할 경우 해양전투체계의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수선 근로자들은 바로 ‘합병의 시너지’로 인한 한화의 방산 사업 독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현대중공업 조차 넘지 못한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해외 7개국과 이미 완료했다. 공정위는 근로자들이 우려하는 특수선 분야 독점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기업결합 승인을 해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살리고, 특수선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함께 지킬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