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불재해의 교훈, 탄소중립의 불가피성

2023-04-18     경상일보

최근 산불로 수많은 지역이 피해를 보고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며칠 전 양간지풍으로 인한 최대 순간 속도 초속 30m의 태풍급 강풍 속에 전기단선으로 불꽃이 나무숲에 발화, 급속도로 산불을 확산시켰다. 8시간 동안 강릉 일대에 축구장 530여 개에 해당하는 지역을 초토화시켰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오랜 봄 가뭄으로 대지가 건조한 가운데 지난 1일부터 4일 사이에 전국에서 57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피해의 심각성은 가늠하기 힘들다. 이 모든 재해의 시작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해진 대기에 불씨가 당겨진 탓으로 보인다. 대통령께서도 피해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신속한 복구에 착수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재해를 촉발한 것은 근본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겪고 있는 온난화 현상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지구는 광범위한 기온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후 섭씨 1℃ 이상 상승하는 등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을 가져오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대형산불과 LA지역에 유례없는 폭설, 유럽지역의 때아닌 홍수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극의 빙산이 녹는 것인데, 만년 빙하인 남극해까지 녹는다면 세계 해수면이 58m나 올라가서 해변가 저지대가 바닷물에 잠길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경고가 많이 나왔다. 또 양극의 얼음이 녹으면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한 영구동토층이 없어지고 그 속에 80만 년 동안 갇혀 있던 박테리아가 다시 살아나, 코로나19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전염병이 유행하는 이른바 팬데믹 현상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상기후의 근본적 원인은 산업화 이후 가속화한 탄소 배출 때문이라는 게 국제적 정설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2015년에 ‘파리기후변화협약(UNFCCC)’을 맺고 탄소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zero(‘0’)로 만들기로 합의한 ‘Net Zero’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상승을 ‘지구 환경이 복구될 수 있는 한계선인 임계점(Tipping Point)에 이르기 전에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와 관련하여 EU는 우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그 대표적 사례가 ‘탄소국경세’의 신설과 내연기관차의 EU지역 판매 금지 조치다.

개방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EU지역에 수입되는 물품이 수출국에서 생산되는 과정에 탄소가 과다하게 배출되는 경우 이 수입품에 관세인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경우에 포항제철이 생산, 수출하는 철강 제품에 우선적으로 적용될 소지가 크다. 뿐만 아니라 울산 현대기아차의 EU진출에 직접적인 영향를 미치게 되는 등 국내 수출기업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이 2, 3년 전부터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를 뜻하는 ESG는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면서 기업경영도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착한 경영을 지향하자’는 목표로 채택된 새로운 기업 경영 전략이다. 필자도 삼성화재 사외이사 시절에 ESG위원장을 맡아 ESG경영 확산 노력에 기여한 경험이 있다.

ESG에 관심을 높이면서 수출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지구 환경을 보호함으로써 온난화가 초래하는 기상이변도 줄여야 한다는 소명 의식에 눈뜰 때가 되었다. 그래야만 기후변화로 생기는 이상 가뭄과 대량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 옛 조상님들은 집 마당 위를 제비가 낮게 날면 미리 비가 올 줄 알고 멍석에 말리던 곡식을 거둬들였다. 날로 악화되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바로잡는 일이 최근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는 사실을 조상님들의 선견지명을 통해 깨닫고 자연재해가 경고하는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박대동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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