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커지는 전세사기 피해…실질적 구제책 시급

2023-04-19     경상일보

‘건축왕’이라 불리는 60대 건축업자 일당의 전세 사기가 전 국민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이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떼인 사람은 올해 들어서만 3명이다. 그것도 어렵게 전세자금을 모아 열심히 살고자 했던 사람들이어서 국민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인천지검에 따르면 A(61)씨와 일당의 전세 사기 금액은 18일 현재 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전체 피해자 수는 현재까지 700명가량 된다. 울산에서도 비슷한 전세 사기가 발생한 바 있다.

전세사기는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대사업자와 공인중개사들의 불법 행위를 감독하지 못했고, 금융당국과 수사기관도 은행들의 전세대출 리스크 관리와 대출 브로커 적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숨진 피해자들은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윤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세 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며 “이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 역시 청년 미래 세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것과 관련, 부동산의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방안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65개 시민·사회단체도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 구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국회에 깡통전세 공공 매입 및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는 수도권을 넘어 부산·광주·제주·울산 등 전국으로 늘어나고 있다. 개인이 소송이나 경매를 통해 자체적으로 피해구제를 해야하는 형편이다.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적 재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피해자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긴급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그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대출 요건이나 생활 여건이 좋지 않아 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전세사기 피해자가 적지 않다. 대출 신청 요건이 까다롭고, 긴급주거 주택이 피해자들의 실거주 요건과 동떨어진 탓이다.

정부가 시행중인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이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야 할 때다. 또 정치권은 대책위 등이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