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마약,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3일 전국을 들썩이게 한 뉴스보도가 있었다.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행사’라며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들어간 음료수를 마시게 한 사건이다. 수년 전부터 강남 일대에는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가 유행했는데 마약음료 피의자들이 2명씩 짝을 이뤄 ‘메가 ADHD 약’이라며 청소년들을 속여 마약을 먹인 사건으로 몇몇 청소년들이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복용하게 된 것이다.
마약을 포함한 유해 약물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를 살펴보면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꾸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의존성), 사용할 때마다 양을 늘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으며(내성),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증상을 일으키며(금단증상), 개인에게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유해약물은 마약류, 흡입제, 기타 약물 등 3가지로 분류되며 마약류에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3종류 16종으로 구분된다. 마약은 뇌를 중독시켜 인지능력, 판단력, 기억력 등을 악화시키고, 뼈, 신장, 피부, 면역, 심장, 간 등 다양한 신체적 질환이나 인체의 기능 손상을 유발한다. 또한, 마약 사용은 범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마약 사용자들이 불법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약은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더욱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필로폰을 투약한 14세 여중생 경찰에 입건’ ‘인천의 고교생 3명이 필로폰을 팔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 등 청소년 마약관련 뉴스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이젠 연예인 마약관련 사건뿐 아니라 일반인의 마약 복용 관련 사건·사고들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마약청정국이라던 대한민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약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내 전체 마약사범 중 10대 비중이 5년 만에 약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마약 범죄의 속성상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가 많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그 무게감은 많이 달라진다.
이렇듯 최근 10대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웹) 등 인터넷 비대면 거래를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험담’이 확산하며 청소년들 사이에 경각심이 무뎌지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피자 값이면 마약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는 기사내용 만큼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시중에 많은 양이 유통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량이 많다는 것은 수요도 많다는 것과 잠재 고객도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젊은 층에서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의식 없이 쉽게 전파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의료용 마약류 처방은 서로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의료용 마약류 처방 이력 조회를 의무화한다든지, 경찰청에서는 소년원 교육과정에 ‘약물중독예방’을 필수적으로 실시하고 상시 또는 불시 약물 검사를 시행해 마약류 재사용을 억제하겠다고 한다. 또한 지난달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 교육자료 제작’ 입찰 공고를 내며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검찰은 청소년마약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과 함께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2023년도부터 유해약물(마약류 등) 오남용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파악한 부산교육청에선 올해 초 ‘유해약물(마약류 등) 오남용 강사양성과정’을 거쳐 각 학교에 강사를 파견해 약물오남용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대 포함,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마약사범의 연령층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것과 청소년들이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복용하게 되어 마약중독자가 될지도 모르는 이 현실을 우리는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마약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예방해야 한다. ‘마약의 끝은 죽음이다’라는 극한 표현의 말속에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마약,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부산대 교육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