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9)미니버스로 유라시아 대륙 횡단 ‘빼빼가족’
2023-04-24 정혜윤 기자
지난 2013년 6월3일, 전날 울산 간절곶에서 하룻밤을 잔 최동익(60) 가족 5명은 이날 아침 미니버스 ‘무탈이’를 타고 서울을 거쳐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했다. 350일간 유라시아 대륙 횡단 여정의 시작이었다.
최씨는 당시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 “그냥 단순 여행이 목적이었으면 다같이 배낭여행을 갔겠지만, 가족과 다같이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고 싶었고 무엇보다 가족의 역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말라서 붙인 최씨네 ‘빼빼가족’은 그렇게 유일한 전재산이었던 남구의 집을 팔고 대륙횡단을 함께할 미니버스 ‘무탈이’를 샀다. 남은 돈은 돌아올 때를 준비해 울주군 한 마을에 집을 지은 뒤 4평 남짓한 미니버스를 타고 대륙 횡단을 시작했다.
여행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매시간 함께 있어야 했던 점이라고 말했다. 4평 버스가 전부다 보니 문제가 벌어져도 반드시 안에서 해결을 해야 했다. 오히려 그것이 가족을 더 잘 이해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했던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여행을 다녀와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저희 가족 모두가 삶의 가치관이나 시각, 가족·부부 관계든 모든 것이 완전히 변해버렸다는 걸 느꼈다. 마치 큰 강을 건너버린 느낌”이라며 “여행을 하면서 늘 다시 울산에 돌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지란 저희의 생각과는 전혀 달라졌고, 가족이라는 새로운 공동체가 하나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여행기간 동안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뜻하지 않은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생겼다. 또 아이들이 찍은 영상을 올릴 공간이 없어 55편으로 정리한 여행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유튜버가 됐고, 빼빼가족의 이야기가 유명해지면서 여행 강사란 직업도 갖게 됐다. 돌아왔을 때는 이렇겠지라고 생각했던 모든게 빗나갔고, 울산에 도착하자마자 ‘판 바뀌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행을 떠나기 전 다섯 가족이 함께 지었던 울주군 집으로 돌아온 빼빼가족은 지금도 다함께 살고있다. 세명의 자녀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때로는 바꿔가면서 살고 있다. 최씨는 “제 아이들은 걱정이 없다. 얼마나 맷집이 단련됐는데, 모두 자기 밥벌이하고 살 아이들”이라고 웃었다.
최씨는 현재 부인과 국내 소도시를 여행 다니며 책 출판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소도시 100곳을 다니면서 유튜브나 책으로 소개해보고 싶다는 그는 현재는 18곳 정도를 방문했다. 최씨는 “저희 유튜브 구독자 40%가 외국인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걸 소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은 시간나면 가는 것이 아닌, 시간내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들이 마주치는 다양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의 틈을 좁혀나가면서, 서로서로를 하나의 인격체로 마주보게 되는 그 경험을 꼭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