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민 삶의 힘이 되는 ‘꿈이 있는 도시 울산과 공무원노조’
김정은도 그 무서움에 줄행랑을 친다는 중2병을 무탈하게 이겨내고 어엿하게 새내기 고등학생이 된 공주와 모처럼의 데이트 중이었다.
학교 준비물 구매가 목적이었지만, 백만 년 만에 얻은 절호의 기회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우선, 분조카(분위기 좋은 카페의 줄임말)에 들러 브런치를 먹고, 영화관까지 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눈치 없는 아내의 갑작스런 호출이다. 이런, 된장할!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주가 편의점을 가리킨다. 원플러스 원 삼각김밥과 찰떡궁합인 컵라면, 김빠진 아빠의 기분을 풀어줄 4개에 만원하는 캔맥주까지 챙기는 걸 보니 꼬맹이의 편의점 사용법이 제법이다.
지난해 겨울, 지인에게 선물 받은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적이 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편의점에 우연히 취업하면서, 힘겨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찐 현실과 희로애락을 편의점이라는 무대로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산해진미 도시락, 삼각김밥의 용도, 원 플러스 원, 네 캔에 만원, 폐기 상품이지만 괜찮아 등 일곱 개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은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는 한결같은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슈퍼마켓과는 그 결이 다르다. 직장인에게는 쉼터로, 학생들에게는 추억이 담긴 사랑방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고, 낮은 문턱과 편리함을 무기로 식당·카페·금융·택배 등 만능 엔터테이너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선 8기 울산시정과 무척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보듯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서부터 복지, 경제, 교육, 문화, 교통, 정주 여건에 이르기까지 울산시와 공직자는 문턱 낮은 편의점처럼 복합적인 서비스의 제공 주체로서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진력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 대표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가 30년 만에 울산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울산시는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위해서 유례없이 공무원을 현대자동차에 파견하였고, 석유화학 1위 도시답게 15조 규모로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들이 원활하게 안착되도록 이 역시 지원 전문 TFT를 설치하여 기업의 투자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울산시가 발 빠른 지원에 나선 것은 지역 기업의 성장이 울산시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고, 울산의 살림과 행정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로서 울산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방분권은 확대되고 지역문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커지는 동안 공무원노조도 그간 낡은 관행들을 혁파하면서 행정서비스의 혁신을 견인해 오고 있다. 행정은 투명해졌고, 문턱은 낮아졌으며, 서비스의 질과 시민의 행복 지수는 높아졌다.
나는 이렇게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성숙해진 것은, 공무원노조의 역할이 컸고 그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역량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공직사회의 역량은 행정서비스와 시민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19일 ‘제9기 울산광역시 공무원노조’가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 제9기 공무원노조는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주인공 ‘독고’처럼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아이콘이자 공직사회 혁신의 주체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 나갈 계획이다.
어느새 완연한 봄이다. 산과 들에 흐드러진 꽃들처럼 시민 한분 한분의 개성과 능력이 존중받고 우리 모두의 꿈이 실현되는 ‘꿈이 있는 도시 울산’이 새로운 울산으로 거듭 나아 갈 것이라 확신한다.
김태철 울산시공무원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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