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 시장이 황 청장에 수사 청탁 파악

송철호 울산시장 해명과 배치
검찰 “김기현수사 靑 21회 보고”
노영민 靑실장 “9회” 주장의 2배
향후 재판과정 치열한 공방 예고

2020-02-05     최창환
법무부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사를 논의한 적이 절대 없다”는 송 시장의 해명과 배치돼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달 29일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불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경찰과 청와대 사이에 보고가 오간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울산경찰청이 김 전 시장 측 비리 의혹 수사 상황이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국정상황실 등 21차례에 걸쳐 보고했다고 파악했다. 조국 전 수석은 박 전 비서관을 통해 적어도 15회 보고를 받은 것으로 봤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당시 민정수석실이 경찰로부터 9차례 수사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또 송 시장이 지난 2017년 9월20일 황운하 전 청장과의 저녁자리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 집중적으로 해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봤다. 이후 같은 해 10월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김 전 시장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공소장에는 이 비위 첩보가 한 차례 가공돼 이광철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반부패비서관실에 이첩됐고, 이후 경찰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으로 하달된 과정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영장 신청 및 청구, 발부 등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기밀이 보고됐다고 봤다.

또 송 시장은 2017년 10월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경쟁자인 김 전 시장이 추진해오던 산재모병원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 연기를 요청했고, 장 행정관이 수락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송 시장 측이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측을 회유한 부분도 공소장에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송 시장은 검찰이 전격 기소한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특히 황 전 청장과 김 전 시장 수사를 논의한 적이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절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장 행정관과 만나 얘기한 것은 산재모병원이 울산에선 최선의 공공병원 형태인만큼 예타 조사의 경제성 지수를 높이는 방편으로 서류가 제출돼 있으니 검토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소내용 일부가 흘러나오면서 공직사회는 술렁인다. 한 울산시 공직자는 “그래도 믿었는데, 검찰의 수사가 사실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허탈해 했다. 공직 및 지역 사회는 추가적인 공소사실이 드러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