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美 확고한 의지 천명

2023-04-28     김두수 기자
한미 정상이 한반도에서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훈련을 확대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핵 작전 기획 및 실행에 한국이 협력하고 핵전력 운용을 책임지는 전략사령부까지 참여하는 연합훈련과 도상훈련(시뮬레이션)을 하기로 한 건데, 북한의 핵 위협과 실제 사용 등 단계별로 대응하는 실전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에는 △미국 핵 작전에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 강화 △양국간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 도입 △미국 전략사령부와 새로운 도상훈련 등이 명문화됐다.

양국 정상이 굳이 ‘워싱턴 선언’이라고 명명한 것은 합의사항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정상의 ‘평양선언’과도 대비되는 용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핵 작전을 수행할 때 한국의 자산을 반영해 공동 실행하기로 한 것이 주목된다.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실행하는 ‘핵 작전’에 한국의 전투기 등 자산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미국 핵 작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선언에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한반도와 그 주변, 아시아태평양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대만 위기 때도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국의 전력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에서 핵억제 연합 교육 및 훈련을 강화하고 미국 전략사령부까지 참여하는 시뮬레이션을 하기로 한 것은 실전 능력 강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는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공격에 대비한 연합훈련’을 논의했던 것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윤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 역시도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으냐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워싱턴 선언에 미국 전략사령부까지 동원한 도상훈련을 명문화한 것은 단순한 난상토론이 아닌, 실제 시나리오를 짜서 해당한 핵 전력을 사용하는 단계까지 연습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징후가 있거나 실제 사용하는 단계까지 시나리오별로 명령을 하달하는 지휘체계, 핵 전력을 동원하는 절차까지 포함하는 일종의 ‘상황극’을 한다는 분석이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