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사신(私信 : 사사로운 편지) 속 ‘겹벚꽃·난’ 내용, 창작으로 이어져
울산은 국어학자 최현배, 소설가 오영수, 동요 작가 서덕출, 평론가 정인섭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한 곳이다. 하지만, 이들의 문학성을 조명하는 적극적인 연구와 홍보가 부족하다. 문학관에서 이런 기능을 해야 하지만, 오영수문학관, 외솔기념관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곳도 없다. 문인들의 업적을 기념하는 이벤트성 행사도 중요하지만, 전기나 평전 발간 등 기록에 남을 수 있는 고증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이에 난계 오영수 ‘사신 기록물’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사신에 묻어난 문학 열정을 살펴본다.
난계 오영수(1909~1979) 선생이 일상의 이야기 등을 담아 가족과 문인에게 보낸 편지가 사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박종석 문학평론가는 지난 30일 오는 6월 지난 17년간의 연구 결과물인 <작가 사신(私信) 연구 방법론> 발간을 앞두고, 그중 일부인 오영수 선생의 사신을 본보에 소개했다.
박 평론가는 지난 2006년 <조연현 평전>을 펴냈다. 이후 다시 그의 집을 찾았을 때 근현대 작고 문인들의 사신 기록물이 보관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길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그 가운데 오영수 선생의 사신은 그의 흥미를 끌었다.
사신은 문자 그대로 표현하면 개인의 사사로운 편지다. 하지만, 박 평론가가 연구한 사신 기록물은 울산 지역 작가를 발굴해 심층적인 분석과 연구로 울산 예술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 문학사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사의 확장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데서 의의를 둘 수 있다.
특히 오영수 선생은 1955년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문인들의 지형을 형성한 <현대문학>의 편집장이었기에 그의 사신은 큰 의미가 있다. 사신에는 오영수 선생이 삶과 창작 공간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 창작 태도에서 이어지는 일상생활의 감정 등이 담겼다. 또 진솔한 일상의 삶 속에 드러난 작가와 작품과의 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해방 전후에서 1970년대 문단의 중심에 있던 비평가 조연현(1920~1981) 선생에게 보낸 사신도 포함돼 있다.
박 평론가가 현재까지 확인한 오영수 선생의 사신은 총 11통 19장이다. 1960~1970년대 서울 우이동에서 안부·수상 기념 인사 등의 내용으로 보낸 4통 5장, 시기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전북 전주에서 문학 강연을 마치고 보낸 우편엽서 1통 1장(앞뒷면), 1973년 낙향 후 울산 언양에서 조연현 선생에 책 출간 인사, 고향 소식을 알리는 내용을 보낸 2통 6장 등이다.
또 1973년과 언양 등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회식과 서울 방문 등의 내용을 담아 보낸 3통 6장, 1955~1961년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백철과 조연현 등에게 보낸 1통 1장이 확인됐다. 우이동 사신에서는 들어 있는 ‘겹벚꽃’과 ‘난’ 관련 내용은 향후 창작 활동으로 이어졌고, 전주에서 보낸 엽서는 전국 문학 강연회와 연관 있다. 언양 사신은 백철과 조연현의 법적 분쟁을 담아 당시 문단 이면사를 알려준다.
박 평론가는 “작가의 사신은 진위가 판단되고 발신 연도가 분명하면, 작가의 일상생활과 문단 활동을 작가·작품 연보를 통해 비교적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오영수 선생 작고 44년이 지난 시점에 사신으로 그의 문학적 전모를 새롭게 들여다보고 일상생활을 탐색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