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유지 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2023-05-02     오상민 기자

울산 동구 주전동 120 일원에는 보호수 한그루가 있다. 이 보호수는 번덕마을의 당산나무인 곰솔나무(지정번호 12-2­35-1)로 보호수가 위치한 부지는 현재 동구가 소유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차장으로 이용했으나, 동구가 매입하기 전에 땅 주인이 재산권 행사를 위해 펜스를 설치하면서 주민들은 땅을 이용할 수 없었다. 지적상으로 해당 부지를 가로지를 수 있는 도로가 있는 것으로 나있지만 사용할 수 없었다. 이후 동구가 지난해 7월께 보호수 보호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한 뒤, 펜스를 존치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공부지가 됐기에 땅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주민들은 여전히 땅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주전동 주민들은 “구청에서 막은 길을 3대째 100년 가까이 관행 통행로로 사용해왔다”며 “없는 도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껏 잘 다닌 길을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현장은 펜스가 보호수로부터 직선거리가 30m 가량이 떨어져있었다. 더군다나 9개월동안 공공부지로 유지됐으나, 펜스 내부에는 야생화가 무성하게 자라는 등 방치된 상태로 보였다. 펜스를 유지하는 이유가 지자체가 관리하고 신경써야 할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느낌일 뿐, 정작 보호수를 보호하거나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대형버스 2~3대는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당장의 활용방안 없이 놀리고 있다.

공간 활용방안 문제보다 시급한 것은 막힌 공공부지로 사유지가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펜스로 공간이 없어 길이 좁다보니 마주오는 차들이 사유지를 돌아 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운전자들은 펜스를 피해 지나가면서 차량이 콘크리트를 긁거나 주차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민은 사비를 들여 파손된 콘크리트를 메우고 있는데, 콘크리트 차도 들어오기도 힘들어 공사도 마음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전동 주민 대다수가 고령의 노인임에도 응급차량, 소방차 등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택배, 기름차 등 일상생활에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그 펜스가 막고 있는 것이다.

동구는 환경보호 목적 달성을 위해 펜스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호수 보호가 목적이라면 펜스를 보호수쪽으로 당겨 보호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고 여유 공간을 만드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동구는 장기적으로 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지만, 더 필요한 것은 공공부지가 있음에도 주민들이 피해보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펜스 위치나 내부 공간 활용방안을 마련해 조속한 민원 해결을 기대해본다.

오상민 사회부 기자 sm5@ksilbo.co.kr